지금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중고등학교때 시험이 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갔다.
그렇게 중학교때 단체관람한 영화 중 하나가 존 휴스턴 감독의 '승리의 탈출'(Escape to Victory, 1981년)이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로로 잡힌 연합군이 독일군과 축구 시합을 벌이는 내용이다.
당시 '록키'로 유명했던 실베스터 스탤론과 영원한 축구 영웅 펠레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꽤 인기가 좋았던 영화다.
연합군 포로들은 독일군과의 축구 시합을 집단 탈출의 기회로 삼으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끝까지 승부를 겨루려는 스포츠 정신을 지킨다.
결말이 급작스러운 해피 엔딩으로 치달으며 엉성하게 마무리 되지만 축구 시합은 꽤 긴박하게 잘 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영화 내용과 흡사한 실화가 있다는 점이다.
1942년 나치가 점령한 러시아의 키예프 수용소에 갇혔던 포로들은 FC 스타르트라는 축구팀을 만들어 수용소를 관리하던 독일 공군과 시합을 벌였고, 연전연승을 거둔 뒤 결국 모두 끌려가 총살당했다.
최근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우선 표지에 2.35 대 1 와이드 스크린으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 화면은 4 대 3 풀스크린이다.
그 바람에 중요한 축구 경기 장면에서 좌,우가 뭉텅 잘려 나간 몽당 연필같은 화면이 나온다.
화질은 좋지 않다.
배경이 지글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화면이 위, 아래로 떨리기도 한다.
심지어 독일어 대사의 경우 붙박이 영문 자막이 나오는데 그 위에 한글 자막을 입혀 알아보기 불편하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이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이며, 부록은 전무하다.
<파워DVD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막스 폰 시도우가 수용소를 관리하는 독일군 대표, 마이클 케인이 연합군 선수 대표로 등장.
축구는 국가와 민족과 문화와 정서가 충돌하는 전쟁이다. 특히 이처럼 목숨을 건 전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경기라면 더더욱 경쟁심이 고양될 수 밖에 없다.
왕년에 바나나킥으로 날렸던 브라질의 펠레는 오버헤드 킥을 선보였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축구 장면이 그럴 듯 해 보인다.
펠레 뿐 아니라 당시 유명한 축구 선수들이 여럿 나온다. 특히 유명한 테크니션이었던 아르헨티나의 오스발도 아르딜레스는 환상적인 발놀림을 선보였다. 토트넘의 전설이었던 그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78년 월드컵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할 때 주전 미드필더로 뛰었다. 지금의 메시같은 선수다.
1966년 월드컵 대회때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을 맡아 우승까지 이끌었던 보비 무어, 벨기에의 폴 반 힘스트, 노르웨이의 할바르 토렌센 같은 선수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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