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애니메이션 '월E'(Wall-E, 2008년)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통찰이 깃든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청소하기 위해 우주로 피난을 떠난 인류와 청소로봇을 통해 과소비로 치닫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꼬집었다.
이 작품에는 푸른 지구가 없다.
쓰레기로 뒤덮여 누렇게 변해버린 지구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은 그대로 환경 오염과 과소비에 대한 경고다.
특히 우주로 피난을 떠난 인류가 편리함에 익숙해져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앉아서만 생활하는 모습은 소름 끼친다.
그 상황에서 스탠튼 감독은 작은 식물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는 인류의 의지를 강조했다.
여기에 곁들여진 로봇의 낭만적인 사랑이 작품을 아름답게 빛낸다.
픽사의 작품답게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블루레이 타이틀로 봐야 진가를 톡톡히 느낄 수 있다.
1080p 풀HD 영상의 2.39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무엇보다 디테일이 뛰어나다.
뿌옇게 대기를 뒤덮은 먼지 등 너무나 사실적이고 세밀한 그래픽은 실사로 착각이 들 정도.
DTS 5.1 ex를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도가 좋아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부록도 풍성하다.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은 HD 영상으로 수록됐으며 한글 자막과 함께 우리말 더빙까지 들어 있다.
특히 감독의 우리말 음성해설과 함께 여기 해당하는 사진, 동영상 등이 영화 한 켠에 나타나는 'Cine-Explore'는 블루레이 만의 참신하면서도 독특한 부록이다.
풍성한 부록만으로도 값어치를 톡톡히 하는 타이틀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실사로 착각할 만큼 사실적인 그래픽. 스탠튼 감독은 대사가 거의 없는 이 영화 제작을 위해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등 무성 영화를 많이 봤다.
극중 삽입된 뮤지컬 영화는 '헬로 돌리'. 스탠튼 감독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실사처럼 느끼기를 원해 세밀한 그래픽과 실사 영상을 삽입했다.
월E의 컨셉은 엘리자베스 수튼이라는 하반신 마비 여성의 블로그에 게재된 휠체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엘리자베스의 남편 브레드는 아내를 위해 캐터필러가 달린 전천후 휠체어를 개발했다.
이브는 포르쉐 디자인을 연상케 한다. 스탠튼 감독은 1993년에 피터 가브리엘의 '시크릿 월드 투어' 콘서트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월E와 이브의 디자인 컨셉을 잡는다. 당시 무대 디자인까지 담당한 피터 가브리엘은 무대의 한쪽을 네모랗게 만들어 남성을, 한쪽은 동그랗게 만들어 여성을 나타내도록 했다.
로봇의 사랑이 낭만적으로 묘사됐다. 월E의 눈은 스탠튼 감독이 야구 경기를 보러갔다가 관람용 쌍안경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월E는 특히 무성영화시대 희극배우인 버스터 키튼의 무표정한 얼굴과 슬픈 눈동자를 닮았다.
거대한 우주선 액시옴은 미래판 노아의 방주다. 비둘기가 물어온 것을 보고 육지를 찾은 노아처럼 우주선은 이브가 가져온 식물을 보고 지구로 귀환한다.
우주선 자동 조종 로봇인 오토는 애플컴퓨터의 소프트웨어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 우주선 컴퓨터의 목소리는 배우 시고니 위버가 연기.
스탠튼 감독은 하루 종일 일어날 필요가 없는 의자를 이용해 이동하는 인류의 모습을 통해 또다른 지옥을 묘사했다. 이 의자는 통신수단까지 갖춰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휴대폰, 인터넷 등으로 간접 교류는 늘어나는 반면 직접 교류는 끊어지는 현대인들을 풍자한 것.
용접 로봇 번E의 에피소드는 블루레이의 HD 단편으로 수록돼 있다.
영화 속에는 여러 장면에서 A113이라는 숫자가 보인다. 이는 픽사의 창립자인 존 라세터를 비롯해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수업을 받은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의 A113 강의실을 나타내는 숫자다. 픽사 애니메이터들은 '토이스토리'부터 시작해 그들이 만든 작품에 이 숫자를 집어 넣었다.
앉아서만 생활한 인간들은 관절이 약해져 다리가 짧아지고 걷는 것마저 잊어버렸다. 선체가 기울어지면서사람들이 굴러 떨어지는 장면은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에 대한 감독의 오마주다. 대량 군중 장면은 피터 잭슨 감독이 운영하는 웨타시스템에서 개발한 매시브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스탠튼 감독은 엔딩 송을 피터 가브리엘에게 맡겼다. 엔딩 타이틀에 묘사된 그림들은 쇠라, 고흐 등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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