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엘 마리아치 (블루레이)

울프팩 2011. 8. 12. 13:41

영화 '엘 마리아치'(El Mariachi, 1992년)는 B급 영화의 대가로 떠오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등장을 알린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암살자와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녀 오해를 받은 기타리스트가 총격전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친구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홍콩 비디오물에 빠져 처음부터 B급 액션영화를 지향한 감독이다.
보고 즐기면 되는 것, 굳이 복잡한 메시지는 싫다는 것이 그의 정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화려한 액션과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승부를 건다.
비록 이 작품은 단돈 7,000달러로 만들어 영상이나 특수효과 등 모든 것이 조악하지만 훗날 로드리게즈 스타일의 싹을 틔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예산 영화이고 단선적인 줄거리지만 될 성 부른 싹을 알아본 콜럼비아는 그를 픽업해 이 작품을 극장 개봉했고 대박을 터뜨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훗날 '데스페라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멕시코' 등 소위 마리아치 3부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1080p 풀HD의 1.78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마리아치 3부작이 2장의 디스크에 한꺼번에 수록돼 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만족도가 큰 타이틀이다.

화질은 굳이 블루레이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좋지 않다.
원래 소스가 그런 탓인 지 잡티도 많고 색감도 깨끗하지 못하다.

DTS 2.0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를 느낄 수 없지만, 기타 선율이 부드럽게 재생돼 듣기 좋다.
부록으로 감독 해설, 제작과정, 로드리게즈 감독의 단편 등이 들어 있다.
감독 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의 묘미는 로드리게즈 특유의 개성넘치는 스타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기타리스트를 연기한 카를로스 가야르도.
황량한 배경을 등지고 총을 든 무리들의 등장은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부터 오우삼의 홍콩 느와르로 이어진 전통적인 샷이다.
이 영화는 무성으로 촬영. 동시녹음 장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예산 영화답게 배우들조차 투박하다. 이 영화는 슬레이트도 없어서 배우들이 손가락으로 씬넘버를 표시하며 촬영.
극중 사용한 일부 총기는 실제 총을 빌려서 촬영했고, 총에 맞아 피가 흐르는 장면는 콘돔에 시럽을 넣은 뒤 터뜨리며 촬영.
로드리게즈는 혼자서 대본 쓰고 촬영하고 감독까지 하는 등 일인 다역을 했다.
조명은 공구상에서 구입한 200와트 짜리 전구 스탠드를 이용. 여기에 확산 필터를 사용해 빛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극장 상영용 필름보다 DVD와 블루레이 화질이 더 좋다. 콜럼비아에서 비디오 촬영 소스를 35mm로 블로업 하는 바람에 극장용 화질이 떨어졌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