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게리 올드만 18

로보캅 (리메이크작, 블루레이)

흑백TV 시절, 주말이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던지고 즐겨 보던 낮 방송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600만불의 사나이'와 사촌 격인 '소머즈'다. 리 메이저스와 린제이 와그너를 스타로 만든 두 작품은 사고로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이보그 얘기다. '뚜뚜뚜뚜' 거리는 특수 효과음과 함께 그들이 발휘하는 엄청난 능력은 동심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바람에 600만불 사나이를 쫓아서 높은 데서 뛰어내리다 다쳐서 병원에 실려간 아이들 이야기가 간간히 신문에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두 프로그램은 당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인기의 비결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 누구나 부러워하는 능력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리 메이저스가 연기한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

제 5 원소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SF영화 '제 5 원소'(The Fifth Element, 1997년)는 눈이 즐거운 영화다.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를 비롯해 프랑스 만화가 장 클로드 메지에르, 장 메비우스 기로가 작품 제작에 참여해 화려한 영상을 선보인다. 그만큼 화사한 색상과 다양한 볼거리로 눈을 어지럽게 만드는 작품이다. 반면 내용은 영상만 못하다. 전형적인 종말론에 구원론을 결합시킨 일대 활극에 가깝다.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정체 불명의 행성을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물리치는 이야기다. 언뜻 보면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담이 섞인 듯한 분위기다. 그만큼 영화는 액션과 볼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구조가 촘촘하지 못하고 엉성하기 ..

일라이

언젠가 케이블TV에서 방송한 '일라이'(The Book of Eli, 2010년)의 액션 장면을 잠깐 본 적이 있다. 무엇보다 덴젤 워싱톤의 화려한 액션이 눈길을 끌었다. 술집에서 그를 둘러썬 적들을 해치우는 장면은 마치 '정무문'에서 이소룡이 일 대 다수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의 무술 안무는 이소룡과 절친한 사이였던 댄 이노산토와 친분이 있는 제프 이마다가 구상했다. 제프 이마다는 이소룡이 고안한 무술 절권도를 배운 인물로, '본 얼티메이텀' '라스트 사무라이' 등 무술 장면에 활용했고, 이 작품에서도 덴젤 워싱턴의 액션에 이를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댄 이노산토도 촬영 4,5개월 전부터 덴젤 워싱턴에게 강도높은 무술 훈련을 시켰다. 댄 이노산토는 이소룡 팬들에게는 전..

다크나이트 라이즈

배트맨이 나오는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꽤 재미있게 봤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가 컸다. 다크나이트는 밤을 좋아하고 박쥐 복장으로 숨어 다니는 배트맨 특유의 음울한 서정을 잘 담아낸 시리즈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암울한 분위기는 참담할 정도로 깊어져 도시 하나가 파멸의 위험에 잠긴다. 악이 강할수록 영웅은 돋보이는 법. 언제나 그렇듯 무력한 공권력을 대신해 악을 응징하는 배트맨의 활약이 전작 못지 않게 요란하다. 하지만 전작들보다 배트맨의 등장이 많이 줄었다. 영웅도 나이를 먹어 관절이 예전 같지 않고 주먹도 많이 약해졌다. 그 바람의 영웅은 강철같은 악당 베인을 만..

영화 2012.07.21

레드 라이딩 후드 (블루레이)

동화 '빨간 모자' 또는 '빨간 망토'는 여러 나라에 걸쳐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 내용은 할머니를 잡아 먹은 늑대가 할머니로 변장한 뒤 빨간 두건이 달린 망토를 입은 소녀까지 잡아먹지만, 사냥꾼의 도움으로 무사히 소녀가 구출된다는 것. 이 유명한 이야기는 그림 형제가 훗날 동화집으로 펴내면서 세계 각국에 퍼졌다. 우리나라에도 '떡장수 엄머와 호랑이' 이야기가 유사하다. 캐서린 하드윅 감독이 만든 '레드 라이딩 후드'(Red Riding Hood, 2011년)는 바로 빨간 모자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원작은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가 로맨스와 스릴러 적인 요소를 곁들여 다르게 윤색한 동명 소설이다. 익히 잘 아는 내용인 만큼 차별화 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