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뉴올리언스 11

그린북 (블루레이)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흑인 노예들이 해방됐지만 여전히 흑인과 백인을 차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짐 크로 법이다. 짐 크로 법은 남북전쟁 이후 남부 11개 주에서 시행한 흑인 차별법이다. 남부의 공공시설, 즉 학교 극장 상점 및 공공 화장실과 대중교통 등에서 백인과 흑인을 분리해 대우하는 것을 인정하는 법이다. 남부 일부 지역에서 흑인은 해가 진 뒤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이 법이 적용돼 해군 등에서 일정 보직을 흑인이 맡을 수 없었다. 미국 음악 코미디쇼인 민스트럴 쇼에서 백인 코미디언이 흑인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한 캐릭터 이름을 딴 이 법은 놀랍게도 연방법원에서 흑백을 분리했으나 평등한 법이라고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 결과 1965년까지 공공연하게 남부에서 이 법이..

콘트라밴드 (블루레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를 감독이 돼서 리메이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발타자르 코르마쿠르 감독의 '콘트라밴드'(Contraband, 2012년)가 그런 경우다. 코르마쿠르 감독은 2008년 개봉한 아이슬란드 영화 '레이캬비크 로테르담'에서 주연을 맡았다.그로부터 4년 뒤 그는 감독이 돼서 이를 다시 만들었다. 내용은 전직 밀수꾼이 손을 씻고 은퇴했으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시 밀수에 나서는 이야기다.마크 월버그가 주연을 맡아서 기발한 방법을 사용하는 밀수꾼으로 나온다. 원작과 다른 점은 원작에서 주요 밀수 대상이 술이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위조지폐와 마약으로 바뀌었다.레이캬비크와 로테르담을 오가는 원작의 밀수 경로도 미국과 파나마로 달라졌다. 주인공이 원치 않은 사건에..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블루레이)

DC코믹스 팬이라면 익히 잘 알만한 그린 랜턴은 반지의 제왕이다. 어느 날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이 선물한 신비한 반지는 반지의 주인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이뤄준다. 마치 알라딘의 마술램프 같은 반지는 주인공에게 무한한 힘을 선사하며 슈퍼 히어로, 즉 초영웅으로 만들어준다. 그렇지만 누구나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지가 보기에 그만한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만 이런 힘을 부여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반지를 손에 넣으면 되려 다친다. 마틴 캠벨 감독이 만든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Green Lantern, 2011년)은 바로 이런 그린 랜턴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다. 부제로 붙은 반지의 선택에서 알 수 있듯 제작진은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시리즈로 만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안..

데자뷰

심령극을 연상시키는 제목 때문에 착각할 수 있지만 토니 스콧 감독의 '데자뷰'(Dejavu, 2006년)는 SF에 가깝다.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해결한다는 공상에 과학적 이론인 양자물리학을 갖다 붙였다. 수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사관들이 선택한 방법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탐색을 하다가 급기야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의 영역인지 과학의 영역인 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쯤되면 사실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이다. 즉,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때 느닷없이 신이 나타나 모든 것을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고대 그리스의 연극 장치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영화에서는 반칙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실에 기반한 액션..

신시내티 키드

스티브 맥퀸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살이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한 표정 때문이다. 그의 얼굴은 다면적이다. 때로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리는 낙관과 절해고도에서 맞닥뜨린 깊은 우울 및 절망, 그리고 인생의 씁쓸함과 고독한 영웅의 강인함까지 그의 얼굴에는 모두 녹아 있다. 같은 이유로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같은 배우들도 좋아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정 연기가 제대로 녹아 있는 명작이 바로 '신시내티 키드'(The Cincinnati Kid, 1965년)이다. 그가 출연한 '대탈주'나 '황야의 7인' '게터웨이' 같은 액션물이나 '타워링' '빠삐용' 등의 대작은 아니지만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를 다뤘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절제된 대사 속에 표정 하나로 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