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16

조디악 (감독판 블루레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년)은 미국판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다. 살인의 추억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이야기를 추가해 만들었다면,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사실에 집착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겁다. 다만 두 작품 모두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에 대한 추측으로 영웅시하거나 극적 과장을 하지 않는 대신 희생자와 추적자들에게 집중해 범죄의 심각성과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범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희생자뿐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블루레이)

어려서 아이들과 곧잘 입씨름 했던 주제 중 하나가 "600만불 사나이와 원더우먼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이었다. 한 번도 지는 모습을 본 적 없는 우리들의 영웅끼리 맞붙었을 때 승패는 철 없는 아이들에게 꽤나 흥미진진한 주제였다.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은 이 같은 궁금증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만화책 속의 초영웅들이 무더기로 등장해 서로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슈퍼맨과 배트맨이 맞붙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주먹을 나누는 장면은 설정 자체로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 '저스티스 리그'와 '시빌 워'는 닮은 꼴이다. 다만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은 DC코믹스, 시빌 워의 영웅들은 마블 등..

고티카 (블루레이)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고티카'(Gothika, 2003년)는 공포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공포물이라기보다는 스릴러에 가깝다. 그만큼 추리소설처럼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무섭지 않은 점이 한계다. 내용은 유령이 씌운 여의사가 벌인 살인 사건에 얽힌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이야기다. 주연은 할리 베리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았다. 배우도 배우이지만 관심을 끄는 사람은 바로 배우 겸 감독인 마티유 카소비츠다. 흑백의 강렬한 이미지로 강한 인상을 준 '증오' 이후 나름 작품 속에 문제의식을 담아 주목을 받은 인물이어서 과연 그가 만든 공포물은 어떨 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면 공포물 도전은 그닥 성공적이지 못하다. 공포물인데도 불구하고 극한의 두려움으로 밀어붙이는 공포나 충격이 없다. 피칠갑을 한 시체나 ..

스캐너 다클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 2006년)는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이다. 즉, 실사로 촬영한 영상 위에 애니메이터들이 그림을 덧입히는 방법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움직임이 실사 영화처럼 자연스러운 점이 장점이지만, 실사 영화를 찍어서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거쳐야 하므로 두 번의 손이 가는 만큼 오래 걸린다. 감독의 전작인 '웨이킹 라이프'가 같은 방법으로 제작됐는데, 그때 재미있게 봐서 이 작품도 보게 됐다. 원작은 유명한 SF소설가인 필립 K 딕의 동명소설. 근 미래의 사회에서 사람의 두뇌를 파괴하는 마약을 쫓는 수사관과 마약 중독자들의 이야기다. 마약 중독 상태에서 환각을 보는 상황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필..

아이언맨 3 (블루레이)

만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들은 원작 만화의 캐릭터나 이야기를 얼마나 그럴 듯 하게 재현했는가에 우선 관심이 쏠린다. 마샬 맥루한이 정의한 쿨 미디어인 만화에 비해 핫 미디어인 영화에서 시각적 정보를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 보니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이야기보다 볼거리에서 승부가 갈린다. 그런 점에서 셰인 블랙 감독이 만든 '아이언맨 3'(Iron Man 3, 2013년)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1,2 편에서 눈길을 끌었던 아이언맨이 무려 40여종이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성조기를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패트리어트부터 헐크를 닮은 이고르까지 한마디로, 아이언맨 백화점 같은 영화다. 이들이 한꺼번에 등장해 정신없을 정도로 요란한 싸움을 벌이니 눈과 귀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