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모건 프리먼 18

다크나이트 (4K 블루레이)

때로는 정의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악인조차도 마음대로 해치지 못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망설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년)는 정의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없이 못된 악당 조커는 절대 누구를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배트맨을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트려 결국 영웅 행위에 대해 회의하는 지경까지 몰아붙인다. 과연 정의가 모두를 이롭게 하는가. 배트맨은 영웅이 범죄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둠의 기사가 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철학적 물음을 화려한 액션과 결합해 이 작품을 여타의 수퍼 히어로물과는 다른 의식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매트릭스'처럼 잘 포장된 액션 속에는..

로빈 훗(블루레이)

영국의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후드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는 명확한 사료가 없다. 다만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거론됐고, 얼 허팅든 백작 등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로빈 후드의 실존 여부보다 홍길동처럼 민중의 편에 선 영웅의 필요성이었다. 오랜 세월 왕과 귀족에 억눌려 살아온 영국의 민중들은 그들을 대신해 귀족이나 영주를 혼내주는 존재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영웅의 이야기는 각종 전설과 민담을 통해 과장되기 마련이다. 로빈 후드 역시 '로빈 후드의 모험' '아이반호' 등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며 숱한 이야기로 변주됐다. 영화도 마찬가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주연의 무성 영화를 비롯해 숀 코너리가 로빈 후드를 연기한 '로빈과 마리안', 러셀 크로..

19곰 테드2(블루레이)

19곰 테드 시리즈의 성공 비결은 언밸런스한 캐릭터가 주는 웃음에 있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귀여운 곰 인형과 성인들의 질퍽한 화장실 코미디를 결합한 언밸런스의 미학이다. 세스 맥팔레인(Seth MacFarlane) 감독은 '19곰 테드2'(Ted 2, 2015년)에서도 전편에 이어 이 같은 특징을 변함없이 잘 살렸다. 오히려 전편보다 농도가 더 강해졌다. 2편에서 주인공 곰 인형 테드는 육감적인 여인을 아내로 맞아 결혼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민에 빠진다. 테드는 대리부를 이용한 방법과 입양 등 다양한 방법을 알아보던 중 곰 인형에게 더 이상 사람과 같은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정부의 청천 병력같은 통지를 받게 된다. 급기야 테드는 비록 형태는 인형이지만 ..

벤허 (블루레이)

'벤허'하면 많은 사람들이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1959년에 만든 찰튼 헤스톤 주연의 영화를 떠올린다. 그만큼 1959년작이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따라서 이후 만든 작품들은 아무래도 1959년작과 비교될 수 밖에 없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2016년에 만든 '벤허'(Ben-Hur)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오랜만에 재탄생하는 대작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1959년작을 본 사람들이 비교해 평가했고 이런 의견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59년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루 월러스가 쓴 원작 소설을 토대로 만든 또다른 작품일 뿐이다. 그래서 1959년 영화와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결말이다. 1959년작과 다른 점들 1959년작은 벤..

밀리언달러 베이비(블루레이)

사람은 아무리 되풀이해도 고통받는 것에 익숙치 않다.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통과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이 영화가 더 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고통받는 사람보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고통의 무게를 어찌나 무겁게 잘 표현했던지 훌륭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가슴이 아파 두 번 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출연하고 음악까지 작곡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 2004년)는 흔치 않게도 여자 권투선수와 그를 키워내는 트레이너의 이야기를 다뤘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다룬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이고 보는 이를 사로잡는 배우들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