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액션 16

엽문 (블루레이)

엽문이라는 무술가가 있다는 사실은 세계적 쿵후 스타 이소룡 때문에 처음 알았다. 이소룡이 직접 만든 무술인 절권도의 근간이 되는 영춘권을 엽문에게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소룡을 다룬 책 중에 비교적 잘 쓴 브루스 토마스의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를 보면 엽문을 만나게 된 사연이 자세히 나온다. 이소룡이 엽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윌리엄 청 덕분이다. 이소룡은 어떻게 영춘권을 배웠나 윌리엄 청은 생소한 이름이지만 영춘권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원래 영춘권은 지극히 폐쇄적인 무술이다. 영춘권의 본류는 창시자의 적통을 이어받은 직계가족 등 소수에게만 전수돼 왔다. 그 외 사람에게 가르치는 영춘권은 일부를 빼거나 변형시킨 수련용으로, 지금 여러 국가에 퍼져있는 영춘권의..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마크 밀러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년)는 참으로 유쾌한 영화다. 고전적인 스파이 영화의 서사 구조에 현대적 액션을 가미했다. 그만큼 첩보물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본' 시리즈나 '킬 빌' 같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묘미는 신화와 고전 영화들의 결합이다. 영국인들에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설인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를 차용한 킹스맨 집단이 펼치는 모험은 곳곳에 유명 영화들과 고전 영화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배치했다. 엄마가 화장실 문을 도끼로 때려부수는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유명한 영화 '샤이닝', 각국 정상들의 비상 회의 장면은 역시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악당의..

영화 2015.02.19

용의자

가끔 보면 본말이 전도된 영화가 있다. 스토리, 연기 등 기본기에 충실해야 하는데 요란한 컴퓨터그래픽이나 눈요기꺼리를 부각해 부족한 기본기를 가리는 식이다.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2013년)가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액션은 아주 화려하다. 러시아의 시스테마 무술을 이용한 북한 특수부대원과 이를 추격하는 정보기관 요원들의 싸움은 물론이고 자동차 추격전에 총격전까지, 한국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할리우드 액션이 쏟아진다. 특히 계단으로 이뤄진 언덕길을 뒤로 달려내려오는 자동차 추격전은 보는 이를 아찔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 차가 허공에서 한바퀴 공중제비를 돌아 떨어지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정신없이 액션을 몰아치는 것은 좋은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영화 2013.12.28

콜롬비아나 (블루레이)

영락없는 검은 니키타이다. 올리비에 메가톤 감독이 만든 액션 영화 '콜롬비아나'(Colombiana, 2011년)는 킬러가 되는 길을 스스로 선택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http://wolfpack.tistory.com/entry/니키타-블루레이)와 상당히 닮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작품을 기획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인물이 바로 뤽 베송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는 '레옹'(http://wolfpack.tistory.com/entry/레옹-10주년-AE) 이후 소녀 마틸다를 주인공으로 한 여전사 이야기를 꿈꾸다가 '테이큰'의 각본을 쓴 로버트 마크 케이먼과 손을 잡으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내용은 콜롬비아 마약 조직의 일원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눈 앞에서 조직..

짝패

류승완 감독의 액션영화 '짝패'(2006년)를 보면 그가 어지간히 액션물에 한이 맺힌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연출만으로 모자라 직접 주연을 맡아 붕붕 날라다닌다. 어려서부터 액션물을 자양분 삼아 영화의 꿈을 키운 사람답게, 과거 액션물의 전형적인 구조와 스타일들이 녹아 들어가 여기저기 번뜩인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에서 류승완 감독은 자기 색깔을 제대로 냈는 가 하는 점이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콤비를 이뤄 선보인 액션은 요란하고 현란하지만 익히 봐왔던 액션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류 감독은 DVD에 실린 음성해설에서 어떤 영화들을 참고했는 지 솔직하게 밝혔다. 그만큼 액션의 기시감은 이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 뜨린다. 더불어 '죽거나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로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