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액션 16

니키타 (블루레이)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La Femme Nikita, 1990년)는 개봉 당시 참으로 독특한 영화였다. 남자 주인공들이 판을 치는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킬러로 등장했고, 신분 또한 살인죄를 저지르고 이를 용서해 주는 댓가로 부채처럼 정부 기관의 암살자로 고용된 일종의 안티 히로인이었다. 당연히 영화의 분위기는 장중하고 무겁고 음울하다. 007처럼 경쾌하고 쿨한 사나이의 할리우드 액션극과 달리 불란서 특유의 느와르성 어둠이 깔린 액션극은 그만큼 비장미가 감돌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다른 액션물들과 달랐던 점은 액션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니키타가 자신의 존재를 잊고 암살 병기로 육성돼 장기판의 말처럼 조종되면서 느끼게 되는 인간성 상실의 비애가 안느 파릴로드의 우수어린 표정과 반항적인 연..

황혼에서 새벽까지 (블루레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From Dusk Till Dawn, 1996년)는 B급 정서의 영화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도망중인 은행강도에서 시작한 영화는 느닷없이 흡혈귀 이야기로 발전해 한바탕 피칠갑으로 끝난다. 할리우드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했으며, B급 홍콩영화를 보며 감독의 꿈을 키운 로드리게즈가 만났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그만큼 영화는 황당하고 요란하며, 잔인하다. 일단 내용이 우악스럽다. 흡혈귀들과의 싸움이다보니 주인공 일행은 마치 게임하듯 총질을 하고 상대의 사지를 잡아 뽑는다. 당연히 사방에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고 신체 절단이 난무하다. 영화의 미덕 아닌 미덕이라면 과할수록 무덤덤해지는 효과를 노려, 천연덕스럽게 잔..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

다이안 레인은 1980년대 소피 마르소, 브룩 쉴즈, 피비 케이츠와 함께 아주 있기 있는 아이돌 스타였다. '스크린'이나 '로드쇼' 같은 영화잡지 표지는 물론이고 코팅 책받침 등으로 꽤나 팔려 나갔다. 그 중에서 다이안 레인의 매력이 빛난 작품이 바로 월터 힐 감독의 '스트리트 오브 화이어'(Strees of Fire, 1984년)다. 다이안 레인이 가수로 나온 이 작품은 록음악과 모터사이클, 총싸움, 거기에 전형적인 마초 주인공까지 당시 열혈청년들이 좋아할 요소를 모두 담고 있다. 내용은 공연장에 무지한 갱들이 들이닥쳐 여가수를 납치해 달아나자, 정의의 주인공이 구출하는 이야기다. 단순한 줄거리의 영화를 매력적인 작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바로 월터 힐 감독이다. 샘 페킨파 감독의 '겟어웨이' 각본을 쓴..

테이큰2

예전 케이블TV에서 우연히 본 '테이큰'은 기대 이상이었다. '쉰들러 리스트'의 점잖은 오스카 쉰들러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당한 딸을 되찾기 위해 무지막지한 전사로 변신한 것도 뜻밖이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봐서 속편에 대한 기대도 당연 컸다.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이 만든 '테이큰2'는 전작만큼은 아니어도 꽤 흥미진진한 액션물이다. 전편에 이어 뤽 베송이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이번 작품은 주인공에게 박살난 인신매매 조직이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그 바람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딸과 전처까지 온 가족이 위험을 겪는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리암 니슨이다.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창 젊은 나이의 배우 못지 않은 활기찬 액션을 보여줘 본 시리즈의 맷 데이몬이나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

영화 2012.10.07

콜래트럴 데미지 (블루레이)

앤드루 데비이스 감독의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2002년)는 원래 2001년 10월 5일 개봉예정이었다. 그러나 끔찍한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이듬해인 2002년 2월 개봉했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공교롭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 한복판에서 건물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소방관이 막는 내용이다. 아마도 911 테러 직후 개봉했더라면 끔찍한 폭탄 테러 내용과 소방관의 활약이 911 테러를 연상케 해 여러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작품을 만든 사람은 '도망자' '언더씨즈'로 흥행에 성공한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이다. 워낙 긴장감있는 액션 영화를 잘 만든 사람이기에 기대가 컸는데, 이 작품은 기대에 못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