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에 빛나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2003년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음악, 연출, 연기, 영상 등 모든 것이 너무나도 훌륭했던 작품이다. 특히 설정이 기가 막혔다. 15년을 갇혀있다가 풀려난 오대수(최민식)의 복수극인 줄 알았으나 실상은 이우진(유지태)이 그린 더 큰 복수극이라는, 상자를 덮는 또 다른 상자 같은 설정부터 막판 충격적인 반전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내러티브를 갖춘 작품이다. 원작은 일본의 츠치야 가론이 그린 만화이지만 주인공이 오랜 시간 갇혀있다가 풀려난 것 외에 나머지는 새로운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르다. 박 감독은 이 작품에 신화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금기시된 관계 때문에 빚어지는 비극과 이로 인한 파국은 고대 비극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