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음악 76

핑크 플로이드의 벽

1980년대 초반, LP를 한창 듣던 고교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듣고 홀딱 반한 음반이 있었다. 바로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이었다. 당시 이 음반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구할 수 없었다. 저항적인 가사 내용 때문에 금지음반이어서 세운상가나 황학동 도깨비시장에서 백판을 사서 들어야 했다. 음질도 좋지 않고 더러 튀기도 해서 다음 곡으로 넘어가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던 백판이었지만 아주 열심히 들었다. 그만큼 핑크 플로이드의 곡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이 음반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 바로 알란 파커 감독의 '핑크 플로이드의 벽'(Pink Floyd: The Wall, 1982년)이다. 영화도 음반과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개성을 말살하는 획일화된 교육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권위적인 정부에 저..

제프 벡 'Performing This Week...Live at Ronnie Scotts' (블루레이)

제프 벡은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튼과 더불어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세 명 모두 공교롭게 야드버즈라는 같은 밴드 출신이다. 그만큼 세 사람은 록의 전신인 블루스에 뿌리를 둔 기타리스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블루지한 연주를 들려주는 인물이 바로 제프 벡이다. 그의 연주는 제프 벡이나 에릭 클랩튼처럼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다. 그런데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마치 뭉툭한 연필로 그린 거친 뎃생처럼 원초적인 블루스의 힘이 넘쳐난다. 그래서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함이 오히려 심금을 울린다. 지금도 80년대 학창 시절 LP로 처음 들었던 그의 대표적 명반인 'Blow by Blow'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특히 흐느끼는 듯한 기타 소리가 일품인 'Cause We've ..

이온 보이쿠

교보문고가 새로 개장하고나서 바로 음반매장인 핫트랙스를 들린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단독 판매 코너가 중간에 있는데 거기 낯선 음반이 놓여 있었다. 바로 이온 보이쿠(Ion Voicou)였다. 이름은 생소했지만 희대의 명반이라는 딱지가 붙어있길래 청음 코너에서 들어본 뒤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이온 보이쿠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낯선 이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레코딩도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LP로 내놨다. 그가 1965년에 출반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담은 음반도 마찬가지다. 데카에서 찍어낸 이 LP는 그마저도 귀해서 고가에 거래된 희귀 명반이다. LP 시절 존재조차도 몰랐으니 당연히 들어볼 기회가 없었..

핑크 - 펀하우스 라이브 (블루레이)

올해 2월 1일 미국서 열린 그래미 시상식에서 펼쳐진 한 편의 공연이 화제가 됐다.한자락 천에 몸을 의지한 여가수가 허공에서 빙빙 돌며 노래를 부른 것.가만히 매달려 있기도 힘든데 허리와 다리 힘으로 허공에 매달린 채 회전하며 노래를 부른 이 공연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올해 그래미 시상식의 최대 화제가 됐다.이 가수가 바로 핑크다.그날 부른 노래는 'glitter in the air'.핑크의 공연은 마치 한 편의 서커스같다.화려한 색감의 무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핑크가 펼치는 곡예에 가까운 퍼포먼스 때문이다.'glitter in the air'처럼 천에 의지한 채 허공에서 노래를 부르는..

속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속 황야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1965년)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를 유명하게 만든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의 속편이다. 국내 극장 개봉 제목은 '석양의 건맨'으로 비디오 출시 제목과 다르다. 이 작품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무법자 3부작 시리즈 중의 하나로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범을 이룬 명작이다. 내용은 현상범을 쫓는 두 명의 바운티 헌터가 은행강도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살인과 학살을 신사도와 정의로 가장한 할리우드 서부극과 달리 스파게티 웨스턴은 돈을 좇아 몰려든 사내들의 혈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