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임창정 12

색즉시공 시즌2

윤제균 감독이 2002년에 선보인 '색즉시공'은 웃음 속에 페이소스가 있었다. 젊은이들의 솔직한 성 담론 뒤에 진정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묻어둬 한바탕 웃고나면 가슴이 짠했다. 그런데 윤태윤 감독의 '색즉시공 시즌2'(2007년)는 전작의 성공이 부담스러웠는 지, 아니면 안전한 성공 요인을 따라가고 싶었는 지 모르겠지만 전작을 답습하고 있다. 윤제균 감독이 각본을 쓴 탓도 있겠지만, 배우와 역할만 달라졌을 뿐 스토리 전개는 전편의 복제나 마찬가지다. 달라진 자잘한 에피소드 몇 개만 갖고 서로 다른 색깔의 작품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미미하다. 윤태윤 감독이 '낭만자객' '색즉시공'에서 조감독을 하면서 윤제균 감독의 화장실 코미디 스타일에 너무 젖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전작보다 진일보한..

사랑이 무서워

국내에서 화장실 코미디 연기는 가히 임창정을 따를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우철 감독은 '사랑이 무서워'(2011년)의 주연을 제대로 골랐다. 임창정은 어수룩한 청년 상열 역을 맡아 미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순진한 청년의 사랑을 이용만 하던 여인은 나중에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다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뻔한 내용을 채우는 것은 임창정 특유의 넉살과 화장실 개그다. 그가 출연한 일련의 작품처럼 똥과 민망한 성적 판타지를 풀어 웃음을 유발한다. 더러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있지만 '색즉시공'에 미치지 못한다. 이야기 또한 예측 가능한 전개로 뒤로 갈 수록 힘이 빠진다. 로맨틱 코미디로 보기에는 러브 라인이 부족하고, 페이소스가 깔린 블랙 코미디로 보기에는 메시지의 전달력이 떨어진다...

불량남녀

신근호 감독의 데뷔작 '불량남녀'(2010년)는 빚독촉에 시달리는 경찰관과 채권추심 회사 여직원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하루만 이자가 연체돼도 30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사람을 피말리는 빚독촉 광경은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 빚에 쪼들리는 사람 이야기를 꽤나 실감나게 묘사했는데 알고 보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란다. 과거 카드사 여직원의 빚독촉 전화에 시달리던 감독은 돈 받으러 온 여직원과 만나 술도 마시고 채무 변제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고 한다. 제법 우스꽝스럽게 그린 빚 독촉 장면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그 뒤다. 하필 남자 주인공을 형사로 설정해 어설픈 상황을 연출하다보니 후반 러브스토리가 뒤죽박죽 꼬여버렸다. 채권 채무관계였던 두 사람이 졸지에 연인이 되는 과정도 그렇고, 형사가 만사 제쳐놓고 여..

만남의 광장

역사를 희화화 할 때에는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즉, 그럴 듯 해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아픔이 큰 상처를 다룰수록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종진 감독의 '만남의 광장'(2007년)은 참으로 무모한 영화다. 양 쪽에서 주민들이 철조망을 맡잡아 올려 조국이 분단되고, 이런 현실을 못견딘 주민들이 3km에 이르는 땅굴을 파서 왕래한다는 내용은 이색적일지는 몰라도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당위성이 떨어지면 억지 웃음이 된다. 그렇다보니 임창정, 류승범, 임현식, 이한위, 박진희 등 배우들의 천연덕스런 연기도 빛이 바랬다. 그래서 상영시간 내내 간헐적으로 소소한 웃음은 몇 번 있었지만 시종일관 유쾌하지는 못했다. 특히 막판 결말은 너무나 단세포적이다. 이도저도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

영화 2007.08.26

1번가의 기적 (SE)

'1번가의 기적'(2007년)은 윤제균 감독의 4번째 영화다. 윤 감독은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낭만자객' 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다. 재개발지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애환과 철거용역 깡패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윤 감독의 전작들처럼 웃음이 빠지지 않았으면서 진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그만큼 전작들에 비해 성숙한 셈이다. 양아치 연기의 달인 임창정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더 할 수 없이 훌륭했고 복서를 연기한 하지원의 연기도 그럴 듯 했다. 영상도 훌륭하다. 과거와 현재를 빠르게 넘나드는 교차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밀고 나가는 윤 감독의 연출 솜씨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지나치게 해피엔딩으로만 흐르는 결말이 흠 아닌 흠.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녹녹하던가. 2.35 대 1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