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최민식 17

주먹이 운다

'주먹이 운다'(2005년)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류승완 감독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생막장의 불우한 두 인생이 권투에 희망을 걸고 맞부딪치는 내용은 진부할 수도 있지만 실화가 주는 진중함과 극적인 대결이 볼 만하다. 특히 류 감독은 스포츠의 긴장감을 씨줄 날줄처럼 견고하게 엮어서 탄탄한 이야기로 만들었다. 여기에 최민식, 류승범 두 배우의 야수 같은 연기가 불꽃을 튀긴다. 다만 블리치 바이 패스와 개각도 촬영 등 너무 많이 쓰인 영상기교는 지나치게 멋을 부렸다는 느낌이 든다. 어차피 영화는 광학기술의 산물인 만큼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영상기교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요란한 포장지 때문에 정작 알맹이를 못 보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

꽃피는 봄이 오면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은 TV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늘려놓은 느낌이다. 실제로 영화는 '인간극장'에서 방송한 관악부 교사 이야기와 폐광촌 아이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섞어서 만들었다. 내용은 일과 사랑에 실패한 트럼펫 연주자(최민식)가 쫓기듯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의 관악부 임시교사를 맡으면서 다시 희망을 되찾는 이야기다. 선 굵은 연기를 주로 한 최민식이 교사로 나와 서민적이며 가슴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다. 마치 예전 TV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그가 맡았던 배역을 보는 것 같다. 허진호 감독 밑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조감독으로 일한 류감독답게 스타일이 허감독과 비슷하다. 잔잔하고 소소한 일상을 집요하게 잡아내는 영상과 긴 호흡 등이 허감독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