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키이라 나이틀리 12

비긴 어게인

'원스'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년)은 두 남녀의 애잔한 사랑과 음악 이야기로 감동을 준 '원스'(http://wolfpack.tistory.com/entry/원스-SE)의 후속작 같은 영화다. 인물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음악을 매개로 맺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점이 닮았다. 내용은 뉴욕의 대도시 한 복판에서 이제는 퇴락한 음반 프로듀서와 무명의 가수가 의기투합해 음반을 만드는 이야기다. '원스' 만큼 가슴을 파고드는 감동이나 진중한 느낌은 덜하지만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든 캐릭터와 음악이 '원스'와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한때 음반 작업을 했던 존 카니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 꽤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자연스런..

영화 2014.10.04

안나 카레니나 (블루레이)

'전쟁과 평화' '부활'과 함께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는 그동안 10여차례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 등으로 제작됐다. 그만큼 나중에 나온 영화들은 내용이 익히 알려졌으니 볼거리로 승부 할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문학적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했는 지, 문학작품 최고의 여주인공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를 얼마나 그럴 듯 하게 소화했는 지가 승부를 가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 2012년)는 절반의 성공이다. 조 라이트 감독이 워낙 미술과 의상 조명 구도 등 미장센에 공을 들이는 만큼 볼거리는 훌륭하다. 감독은 특이하게도 이 작품을 연극 무대처럼 꾸민 세트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으례히 러시아 ..

어톤먼트

조 라이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것처럼 따뜻하다. 그것이 가슴 벅찬 사랑 이야기든, 애잔한 이별 이야기든 상관없이 그가 만든 따뜻한 영상은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깃들어 있다. '오만과 편견'이 그랬고 후속작인 '어톤먼트'(Atonement, 2007년)도 마찬가지다. 이완 맥이완의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질투에 눈이 먼 소녀의 거짓말이 가져온 가슴아픈 이별과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오만과 편견'처럼 창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은은한 촛불 등 국지 조명을 통해 인물들을 아련하게 표현한 영상이 일품이다. 마치 한 편의 영상시를 보는 것처럼 그림이 아름답다. 원작 소설만큼 복잡다단하게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감정의 깊이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LE)

옛날부터 해적은 낭만과 모험의 대명사였다. 해적 하면 의례히 어딘가 몰래 숨겨놓은 보물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해적들은 여러 작품 속에서 실상과 달리 쾌활하고 낭만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루이스 스틴븐슨의 소설 '보물섬'부터 타이론 파워가 등장하는 흑백 해적 영화들,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컷스로트 아일랜드' 등 '피터팬'을 제외하고는 해적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지 않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마찬가지. 뻔한 이야기를 3편까지 울궈먹은 이 시리즈는 보물 대신 복수와 사랑이라는 테마로 3편까지 끌어 왔다. 3편은 전세계 해적들이 연합해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동인도회사에 맞서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복수와 배신, 음모가 횡행한다.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볼거리가 많다는 점..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 (SE)

전편과 마찬가지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2-망자의 함'(Pirates of the Caribbean-Dead Man's Chest)은 전편보다 한층 스케일이 커졌다. 전형적인 '보물섬' 스타일의 이야기에 유령선과 바다괴물 이야기가 겹쳐 재미도 늘었다. 내용은 해적선 블랙 펄 호의 선장 잭(조니 뎁)이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호의 선장 데비 존스(빌 나이)에게 쫓기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윌(올랜도 블룸)과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가 뛰어들어 어딘가에 묻혀있는 망자의 함을 찾는 모험이 벌어진다. 유령과 바다괴물 등 ILM이 작업한 볼거리가 대폭 늘어났다. 여기에 양념처럼 얹힌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아쉬운 점은 영화가 줄거리상 미완성이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