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여간첩이 내려오는데 하필 얼짱이다. 박한준 감독의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년)은 빼어난 미모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된 간첩이 사랑에 빠진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 한마디로 난감한 작품이다. 사랑에 빠진 얼짱 간첩이라는 소재를 기발하다고 하기에는 영화가 갖고 있는 시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도 그저 우스개 거리로 쓰였을 뿐. 황당한 설정으로 돈이나 벌겠다는 얄팍한 흥행 코드가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제목도 틀렸다. 우리말은 인칭대명사에 성 구별이 없다. '그녀'는 일본식 표현으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 맞다. '날으는 원더우먼'처럼 잘못 쓰인 경우. DVD 화질은 그저 그런 편. 잡티, 스크래치, 이중 윤곽선 등 눈에 거슬리는 점이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