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DVD 1458

그녀를 모르면 간첩

북에서 여간첩이 내려오는데 하필 얼짱이다. 박한준 감독의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년)은 빼어난 미모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된 간첩이 사랑에 빠진다는 만화 같은 이야기. 한마디로 난감한 작품이다. 사랑에 빠진 얼짱 간첩이라는 소재를 기발하다고 하기에는 영화가 갖고 있는 시각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분단 상황과 이데올로기도 그저 우스개 거리로 쓰였을 뿐. 황당한 설정으로 돈이나 벌겠다는 얄팍한 흥행 코드가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제목도 틀렸다. 우리말은 인칭대명사에 성 구별이 없다. '그녀'는 일본식 표현으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 맞다. '날으는 원더우먼'처럼 잘못 쓰인 경우. DVD 화질은 그저 그런 편. 잡티, 스크래치, 이중 윤곽선 등 눈에 거슬리는 점이 많..

비독

19세기 프랑스에서 일어난 명탐정 비독의 죽음과 거울 가면의 정체를 밝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실존인물 비독은 도둑, 강도, 인신매매, 위조, 밀수 등 각종 범죄를 일으킨 괴도다. 그 때문에 파리에 경시청이 발족했다. 그의 이야기는 에드거 알란 포우, 모리스 르블랑 등 유명 추리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늑대의 후예들'에서 특수효과를 맡았던 피토프가 메가폰을 잡은 '비독'(Vidocq, 2001년)은 비주얼 한 영상과 다양한 카메라 기법이 특징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는 세계 최초 HD 영화답게 좋은 화질을 자랑한다.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인데도 불구하고 영상이 섬세하다. DTS 음향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훌륭하다. 서라운드 효과, 방향감 등이 ..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

굳이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영화가 돌아왔다. '가문의 영광'의 정흥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조폭마누라 2'(2003년)는 '전편만 한 속편 없다'는 영화계 속설에 딱 들어맞는 작품.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 기억을 잃은 조폭 두목(신은경)이 우연히 중국집 주인(박준규)에게 발견돼 배달부로 살아가며 옛 기억을 되찾는 내용. 말도 안 되는 억지 상황과 과장된 코믹 연기에 다른 영화까지 흉내 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최악의 작품. 과감하게 변신한 주현의 느끼한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DVD의 화질은 괜찮은 편. 기대보다 해상도도 높고 색상도 괜찮다. 다만 필름의 문제로 보이는 스크래치와 잡티가 여러 군데 보인다. DTS 음향은 특별히 나을 건 없지만 배경음악의 서라운드 효과는 좋다.

안녕 유에프오

올해 1월 개봉한 김진민 감독의 데뷔작 '안녕 유에프오'는 맹인 여성과 버스 운전기사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 문제는 어설픈 웃음과 곱기만 한 사랑. 코미디와 로맨스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얘기. 이은주는 시각장애인처럼 보이지 않는 연기로 일관했고 이범수, 봉태규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은 제대로 능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특히 전인권의 특별출연은 빛이 바랬다. DVD는 영화 본편과 부록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 본편은 한국영화 치고 무난한 화질. 잡티와 스크래치, 플리커링이 보인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간간히 서라운드 효과를 발휘. 무엇보다 비 내리는 장면에서 전후방 스피커를 가득 메우는 빗소리 덕분에 공간감이 살아난다.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1998년 만든 '링'(The Ring)은 아시아 공포영화의 판도를 바꿔 놓은 걸작.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온 몸의 관절이 부러진 것처럼 몸을 기괴하게 꺾는 귀신은 바로 이 영화의 사다코가 원조. 이후 '여우계단' '페이스' 등 숱한 국내외 공포영화가 사다코를 모방. 스즈키 코지의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흘끔흘끔 뒤를 돌아보게 된다. 단순히 무서운 그림만으로 겁주기보다 미스터리 기법을 도입해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영화 속 수수께끼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영화다. 그만큼 잘 만든 공포물. DVD는 1~4편 시리즈를 모두 묶은 박스세트로 국내 출시. 화질은 무난한 편으로, 해상도가 높지 않으며 화면이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