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22/06 9

로미오와 줄리엣(블루레이)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 Juliet, 1968년)을 소리로 먼저 들었다. 고교시절인 1980년대 초반, OST를 한참 모았는데 어느 날 FM에서 자주 틀어주던 주제가가 듣고 싶어 이 영화의 OST 카세트테이프를 샀다. 음악으로 먼저 만난 작품 당시 오아시스에서 EMI라이선스로 내놓은 노란색 아웃 케이스가 있던 카세트테이프였다. 집에 와서 무심코 듣다가 '캐플릿가의 연회'라는 2번째 트랙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가 길게 이어진 뒤 주제가가 흘러나오는, 말 그대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었다. 노래도 노래지만 사람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보다 두 사람의 대사였다. 무도회에서 줄리엣을 처음 본 로미오가 기둥 뒤에 숨어 사랑을 고..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블루레이)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花とアリス殺人事件, 2015년)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하나와 앨리스'와 연결되는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슌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시도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내용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하나와 앨리스'의 속편이면서 실사 영화보다 이전 얘기를 다뤘다. 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나 새로 중학교에 전학 온 아리스(아오이 유우)가 학급에 장기 결석하는 학생인 하나(스즈키 안)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하나는 살해당했다고 알려진 유다와 관련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들 사이에 왕따를 당한다. 아리스가 비밀을 캐기 위해 하나를 찾아가면서 둘 사이에 묘한 우정이 싹트게 된다. 이렇게 친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하..

에로스(블루레이)

2004년 나온 '에로스'(Eros)는 왕가위(Kar Wai Wong),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 감독 3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한 감독 3명의 서로 다른 시선과 연출 기법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이 1995년 '구름 저편에' 연출 도중 중풍에 걸려 어려움을 겪으면서 죽기 전에 사랑에 대한 3부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현실화한 시리즈다. 여기에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향을 받은 후배 감독들이 뜻을 함께 했다. 원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대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참여했다. 결국 이 작품은 2007년 사망한 안..

콰이강의 다리(4K)

일본은 진주만 기습을 한 이듬해인 1942년 4월 조선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을 강제 징용했다. 이렇게 전국에서 가려낸 사람이 3,000여 명. 이 가운데 친일파 자제들을 제외한 2,700명이 군속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침략한 동남아 전선에 파견됐다. 특히 영어를 잘하는 300명은 태국의 콰이강다리 공사현장인 제4 포로수용소 일대로 보내졌다. 원작에 없는 한국 소설 '콰이강의 다리'에 숨은 비극 그들은 그곳에서 다리 공사에 강제 동원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며 통역 등 일본군 보조 일을 했다. 그 가운데 홍종묵 씨는 제4 포로수용소장과 영국군 포로 대표 사이에 통역을 맡았다. 그렇다 보니 포로들의 미움과 일본군의 차별 등 이중고를 겪었다. 그 바람에 끌려간 조선인 군속들은 1945년 일본 패전 후..

언터처블(4K)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감독은 동일 인물 소재의 영화를 두 번 만들었다. 1983년 개봉한 '스카페이스'와 1987년작 '언터처블'(The Untouchables)이다. 모두 금주법 시대 갱단 두목 알 카포네(Al Capone)가 주인공이다. 알 카포네의 별명을 딴 '스카페이스'가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면 '언터처블'은 시대상을 잘 살려 실제 이야기에 비교적 충실한 작품이다. 전설의 알 카포네 알 카포네는 1920년 미국 금주법 시대에 시카고(Chicago)를 주름잡던 갱단 두목이다. 그는 미국 마피아인 코사 노스트라 중에서도 오랜 전통의 뉴욕 파이브 포인트 갱단 출신이다. 뉴욕 출신인 카포네가 시카고를 장악한 것은 같은 파이브 포인트 갱단 소속의 존 토리오 때문이다. 존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