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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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Last Tango In Paris, 1972년)가 드디어 국내에 DVD타이틀로 나온다. 2004년 7월 80세 나이로 사망한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의 기괴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이 작품은 야하기로 유명하다. 선정적 장면 때문에 1972년 이탈리아에서도 개봉후 며칠 만에 상영금지됐다가 1987년 해금됐으며 미국에서는 R등급을 받기 위해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 개봉했다. 그러니 국내는 말할 것도 없다. 1996년 뒤늦게 개봉했으며 DVD는 미국과 홍콩, 일본 등지에서 2001년 출시됐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 이달중 나올 DVD를 미리 받아 살펴본 ..

돌려차기

본격 스포츠 드라마를 표방한 남상국 감독의 '돌려차기'는 1970년대 중반 유행했던 하이틴물을 연상케 한다. 이덕화, 임예진이 짝을 이뤄 출연했던 문여송 감독의 '진짜 진짜 좋아해' '진짜 진짜 미안해'나 진유영이 나왔던 '우리들의 고교시대' 등 1970년대 하이틴물은 고교생들의 청순한 사랑이나 반항적 학생의 계도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이 작품의 기본 궤도는 1970년대 하이틴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패싸움을 벌여 퇴학당할 위기에 놓인 고등학생들이 대회 출전을 앞두고 결원이 생겨 고민하는 학교 태권도부에 들어가 선수로 뛰는 내용이다. 색다른 점은 태권도라는 스포츠를 도입한 것과 시대에 맞게 신나는 록 음악을 배경에 깔고 마치 만화책에서 살아나온 듯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배치한 점이다. 특히..

천공의 성 라퓨타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처 건물 꼭대기에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이 있었다. 이름은 '라퓨타'. '걸리버 여행기'에서 이름을 따왔을 수도 있으나 항상 이 식당을 보면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천공의 성 라퓨타'(天空の城ラピュタ)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성공에 힘입어 2년 뒤 1986년 선보인 지브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내용은 공중에 떠다니는 성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모험을 다뤘다. 이 작품은 '나우시카'보다 색상이 풍성하고 현란해졌으며 스케일도 커졌다. 그만큼 반전과 정치권력을 비웃는 아나키스트적 세계관 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해졌고 구성도 탄탄하다. 아울러 시대와 장소 구분이 불분명한 판타지 요소는 더욱 강해졌다. 16 대 9..

테러리스트

김영빈 감독의 '테러리스트'(1995년)는 그해 TV 드라마 '모래시계'로 큰 인기를 끈 최민수의 카리스마에 기댄 작품이다. 지금은 희화화됐지만 당시까지 최민수의 카리스마는 스크린에서 통했다. 이현세의 원작 만화 '카론의 새벽'을 압축한 이 영화는 경찰과 범죄자로 쫓고 쫓기는 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다뤘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 작품은 김 감독의 독특한 액션 미학이 빛을 발해서 괜찮은 B급 액션 영화로 꼽힌다. 김 감독의 연출을 뒷받침한 것은 최민수의 카리스마와 더불어 정두홍 무술감독이 지도한 강렬한 액션. 홍콩 무협영화처럼 황당한 액션이 아닌 뒷골목 건달들의 투박한 주먹질이어서 제법 실감 난다. 최민수는 이 작품으로 그해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약 10년 만에 나온 DVD 타이틀은 1...

서든 올 스타즈 'Tsunami'

일본 그룹 서든 올 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노래 '츠나미'. 우리에게는 해일이라는 뜻의 쓰나미로 유명하다. 일본 드라마 '모토카레'(옛애인)에 쓰인 노래다. 얼마전 우리 나라에서 V.one(강현수)이 리메이크한 '그런가봐요'의 원곡. 1996년 일본 출장을 갔다가 PC통신 천리안 때문에 알게된 친구를 도쿄에서 만났다. 당시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와 현지에서 유명한 광고기획사 PD로 몇 년째 일하고 있었다. 고국에서 찾아온 친구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갠 그는 마침 도쿄에 머물던 지인을 시부야 한복판으로 불러냈다. 불쑥 나타난 지인은 뜻밖에도 '그것은 인생'을 부른 가수 최혜영이었다. 나도 놀랐지만 내 직업이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된 최혜영은 더 놀랐다. 그렇지만 낯선 땅에서 만난 동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