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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

울프팩 2009. 8. 16. 19:50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가 국민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폐지다.
당연지정제란 국내 모든 의료 기관은 무조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험 계약을 맺고 의료 보험을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병원이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병원에 혜택을 많이 주는 민간의료보험기관과 계약할 수도 있고, 아예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이 있어도 갈 수 있는 병원과 보험 적용 항목이 제한되며 진료비도 오르게 된다.
한마디로, 그동안 지켜온 국가의료보험체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 민영화 논란이 제기되며 한동안 시끄럽더니,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식 건강보험 체계를 미국에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쑥 들어갔다.
특히 당연지정제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한나라당과 보험사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수입하는 이유는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비가 너무 비싸서 전국민의 15% 가량이 무보험 상태이며, 의료보험에 가입했어도 보험 적용을 못받아 병을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 2007년)다.
식코는 환자라는 뜻의 속어.

무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문제가 많은 미국의 민간 의료보험 체계에 메스를 들이 댔다.
비싼 보험비 때문에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죽어가거나 파산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보험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911 테러 당시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다가 다치거나 기관지 손상을 받은 소방관들이 국가 혜택을 받지 못해 악마의 나라로 꼽히는 공산국가 쿠바에 가서 무료로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장면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도입된 미국의 민영 의료보험은 보험 회사만 살찌우는 제도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기업의 영리 추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의 건강만큼은 영리 추구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영국 노동당 의원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그는 기차에 탔을 때 승무원이 고객이라고 부르자 탑승객으로 호칭하라고 얘기한다.
고객은 돈이 있을 때만 대우받는 자본주의적 용어이기 때문.
환자는 환자일 뿐 고객이 돼서는 안된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은 그저 그런 편.
다큐멘터리이다보니 영상 보다는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미국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의료보험법안 소개와 영국 노동당 의원 및 체 게바라의 딸인 의사 알레이다 게바라 인터뷰, 사회 복지가 최고로 발달한 지상 천국같은 노르웨이 소개 영상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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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화면. 사고로 손가락이 잘린 남자는 의료 보험에 가입했으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엄청 비싼 접합 수술비 견적을 받았다. 결국 그는 그나마 비용이 덜드는 약지만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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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의료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질병 목록. 끝없이 이어지는 질병 목록 가운데 한가지라도 앓은 경우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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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아파도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다. 사전에 보험회사의 의료자문관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병원을 방문해야 보험비가 적용된다. 전직 보험사 의료자문관이었던 의사가 미 의회에 출석해 무조건 승인을 거부해 보험회사에게 돈을 벌어준 과거를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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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료보험이 민영화된 것은 1971년 닉슨 대통령 시절이었다. 당시 카이저 보좌관은 정부의 사회복지비 지출을 줄이기위해 의료 보험 민영화를 제안했고 이를 닉슨 대통령이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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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의료보험을 뒤집어 엎으려는 시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있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아 국영화를 추진했으나 보험사들의 반발에 부딪쳐 불발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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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험 혜택을 못받는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에 가서 몰래 진료를 받고 온다. 인터뷰 여성은 캐나다인 남자 친구와 사실혼 관계라고 속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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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영국. 1948년부터 국가의료보험제(NHS)를 시행한 영국은 저소득층에게는 병원에서 교통비까지 지급한다. 병원이 돈을 받는게 아니라 오히려 돈을 준다! 일반인들도 입원비와 응급실 사용료가 무료다. 또 영국은 16세 이하, 60세 이상에게는 약값이 면제란다. NHS는 가입조건도 없고 모두 세금으로 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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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술 더 떠 프랑스는 국영의료보험제에 따라 아프면 의사가 집으로 찾아온다. 물론 왕진비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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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병원에서 치료비를 못낸 입원 환자를 구급차에 실어서 길에 내다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CCTV에 찍힌 버려진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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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911 당시 긴급 구호에 나선 소방대원이나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의료 지원이 안된다는 점. 당시 먼지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대부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데, 정부에서 현장 근무 경력 증명을 요구하고 있어 의료 지원을 못받고 있다. 심지어 아파서 실직한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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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감독은 911 때 활약한 아픈 소방대원들을 배에 태워서 쿠바의 관타나모 미 해병대 기지로 향했다. 이곳의 테러범 수용소에서는 테러범들에게 무상 의료를 해주는 만큼, 이곳에서나마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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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어 감독은 관타나모 상륙을 거부당한 뒤 쿠바에 상륙, 이곳에서 소방 대원들이 무상 치료를 받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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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의 딸 알레이다 게바라. 의사인 그는 국가를 위해 국민들에게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스 소크는 백신에 대한 특허를 내지 않았다. 특허를 내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태양에 특허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화씨 911
마이클 무어 감독
볼링 포 콜럼바인 SE (2Disc)
마이클 무어 감독
식코 SE (마이클 무어 다큐)
마이클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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