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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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밴드-아름다운 세상에 어느 가족 줄거리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1997년)가 개봉한 시점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를 본 극장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없어진 낙원상가의 허리우드였다. 서울에 많고 많은 극장을 놔두고 왜 하필 개봉관치고 허름한 이곳에 가서 본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곳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 영화는 탈선을 일삼는 10대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문제작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나중에 풀빛출판사에서 나온 같은 제목의 2권짜리 제작일지를 읽어보면 배우로 출연한 일부 아이들이 실제 본드를 불었고 그러다가 죽기까지 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어쨌든, 내게 이 작품은 영화보다 음악이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영화 중간에 흘러나오던 ..

달콤한 인생 (감독판)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년)은 누아르를 표방한 액션물이다. 그러나 사나이의 우수가 짙게 깔린 멋이 있는 정통 프랑스 누아르보다는 암흑세계의 조폭들이 풍기는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홍콩 누아르에 가깝다. 전작인 '장화, 홍련'처럼 미술과 촬영에 공을 들여 영상이 수려하다. 아울러 달파란, 장영규 등이 참여한 음악도 좋았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극장판과 달리 일부 영상이 수정됐다. 김 감독이 좀 더 스피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극장판의 일부 장면을 드러내고 새로운 영상을 집어넣었으며 음악도 더 추가했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이 바뀐 것이 아니어서 극장판과 큰 차이가 없다. 화질은 아쉬움이 남는다. 윤곽선이 두텁고 원경, 중경은 또렷하지..

퍼플 레인

미국 가수 프린스(Prince)가 주연을 하고 알버트 매그놀리(Albert Magnoli)가 감독한 '퍼플 레인'(Purple Rain, 1984년)은 실제보다 과장된, 허명이 높은 영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여러 이유로 국내에서 개봉을 하지 못하고 무려 20년 만에 DVD 타이틀로 뒤늦게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뮤직비디오로 틈틈이 소개되었을 뿐 국내에 영화 내용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어 오히려 실제보다 부풀려 소문이 났다. 정작 작품은 프린스의 노래를 제외하고 상당히 미숙하다. 매그놀리 감독은 영화학교를 갓 졸업하고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입봉 했다. 감독뿐 아니라 제작자들도 이 영화가 첫 작품이다. 프린스도 영화 출연이 처음이었다. 이처럼 초보들만 모이다 보니 영..

씨비스킷

게리 로스(Gary Ross) 감독의 '씨비스킷'(Seabiscuit, 2003년)은 삶이 힘들거나 괴로울 때 보면 힘이 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1930년대 미국을 들끓게 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루저(Loser)들의 패자부활전을 다룸으로서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준다. 2000년 출간된 로라 힐렌브랜드의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경마를 소재로 다뤘다. 그런데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삶의 실패자들이다. 마주인 찰스(제프 브리지스 Jeff Bridges)는 비록 부자이지만 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부인에게 이혼까지 당한 뒤 그저 삶이 쓸쓸할 뿐이다. 그에게 경주마 조련사로 발탁된 노인 톰(크리스 쿠퍼 Chris Cooper)은 자동차가 달리는 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유키사다 이사오(行定勲) 감독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2004년)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분위기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영화다. 사람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만든 슬픈 사랑 영화인 만큼 신파조로 흐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백혈병에 걸린 여고생과 첫사랑을 못 잊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가타야마 쿄히치의 소설이 원작이다. 2001년 나온 원작은 출간 당시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이 영화에 리츠코 역할로 나온 시바사키 코우(柴咲コウ)가 서적정보지에 소개하며 인기를 끌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누르고 역대 일본소설 판매 3위에 올랐다. 영화는 히라이 켄이 담당한 음악, 특히 단아한 경음악들이 좋았고 '하나와 앨리스' '러브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