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전체 글 2635

노트북

닉 카사베츠(Nick Cassavetes) 감독의 '노트북'(The Notebook, 2004년)은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비슷한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병 속에 든 편지' '워크 투 리멤버'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었다. 스파크스가 1940년대 외조부모의 실제 첫사랑에서 착안해 1996년 출판한 이 소설은 5년 동안 100만 권이 팔렸다. 이 작품은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다. 노인 요양시설에 묶고 있는 할아버지(제임스 가너 James Garner)가 같은 처지인 할머니(지나 롤랜즈 Gena Rowlands)에게 공책에 적힌 이야기를 읽어주며 시작된다. 영화는 현재의 할머니와 할..

쓰리 몬스터

'쓰리몬스터'(Three, Monster, Three...Extremes, 2004년)는 3개국 감독이 각각 40분짜리 공포물 3편을 제작해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박찬욱,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三池崇史), 홍콩의 프루트 챈(陳果) 감독이 참여했다.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좋은 작품은 프루트 챈이 만든 '만두'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내용이지만 미를 추구하는 여심을 깔끔하고 단정한 영상으로 풀어냈다. 메시지 전달이 분명하고 내러티브 전개도 꼬이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대를 모은 박찬욱 감독의 '컷'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들을 조여드는 긴장감은 괜찮았으나 범행 동기와 사건 해결 등이 다소 억지스럽다. 미이케 다카시의 '상자'는 비극적인 두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환상..

맘보 킹

'데스페라도' '원스 어폰어 타임 인 멕시코' '에비타' 등을 보면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기타 연주 솜씨를 볼 수 있다. 그의 노래 실력이 할리우드 영화에 처음 공개된 작품이 바로 안 글림셔(Arne Glimcher) 감독의 '맘보 킹'(The Mambo Kings, 1992년)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오스카 이후에로스의 소설 'The Mambo Kings Play Songs of Love'를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195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쿠바 출신 음악가 형제들을 통해 사랑과 우정, 쇼 비즈니스계의 암투 등을 그렸다. 영화 내용보다 'Beautiful Maria of My Soul'이라는 노래가 유명하다. 반데라스의 부드럽게 울리는 목소리와 아만드..

슈퍼스타 감사용

1982년은 변화가 참 많은 해였다. 처음으로 중고생들의 두발 자유화가 허용돼 이전까지 머리를 박박 깎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머리를 길게 기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친구'처럼 훅을 채우는 일본식 교복을 계속 입어야 했다. 그해 1월부터 밤 12시 이후에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통행금지가 해제됐다. 그해 여름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에서 좋아하는 곡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LP판을 보면 소용돌이의 '보랏빛 안개' '나빠' '님의 눈물' 등이 그해 강변가요제에서 배출된 보석 같은 노래들이었으며 우순실의 '잃어버린 장미' 역시 그해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해 처음으로 프로야구라는 게 생겼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분위기에 휩싸여 손바닥만 한 '야구 대백과'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요즘 할리우드의 공포물은 계절을 따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름 더위를 쫓는 납량물이었으나 요즘은 액션물이나 스릴러처럼 긴장감에 초점을 맞춘다. 마커스 니스펠(Marcus Nispel)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The Texas Chainsaw Massacre, 2003년)도 마찬가지. 1973년 제작된 토브 후퍼(Tobe Hooper)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긴장감으로 보는 이를 옥죈다. 청년 5명이 외딴 마을에서 살인마에게 차례로 희생되는 내용은 원작과 비슷하다. 다만 결말과 일부 희생자 묘사 등이 약간 다르다. 이 작품은 실화로 많이 알려졌으나 내용 전부가 실화는 아니고 에드워드 게인(Edward Gein)과 안드레아 예이츠 사건 등 실제 연쇄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