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은 '성스러운 피'를 만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나 '집시의 시간'을 만든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을 좋아했다. 이유는 "영화란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작품은 보편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더없이 낯설고 기이하다. 그의 12번째 작품 '활'도 마찬가지다. 바다 위에 폐선처럼 떠있는 배 위에서 생활하는 노인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두 사람에 대한 일체의 설명 없이 그들의 생활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들에게는 활이 유일한 오락기구요, 악기이자 무기요, 생활의 수단이 된다. 김 감독이 활을 주요 도구로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 시위처럼 팽팽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를 나타내듯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기 전에 "팽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