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03 13

리딕 (블루레이)

데이빗 토히 감독의 '리딕 시리즈' 3부작 가운데 세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리딕'(Riddick, 2013년)에서 특별한 감흥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에이리언을 연상케 하는 우주 괴물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범죄의 요소'를 보는 듯한 황갈색 영상은 시종일관 어설픈 짝퉁을 보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게 근육질 배우인 빈 디젤의 화끈한 액션인데 그의 주력 작품인 '분노의 질주'나 '트리플 엑스'에 비하면 그의 활약이 많지 않아서 싱거운 느낌이 든다. 내용은 괴물들이 득시글 거리는 행성에 홀로 남게 된 리딕이 괴물과 자신을 쫓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물리치고 귀환하는 이야기다. 시리즈의 전작들을 본 사람들은 점점 더 강도높은 액션을 원할텐데 그렇지 못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시리즈를..

모노노케 히메 (블루레이)

지브리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1997년)는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하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비행 장면 등 하늘에 대한 동경과 서구식 이야기로 풀어가는 서양 문화에 대한 집착이 보이지 않는다. '이웃집 토토로'처럼 일본 고유의 문화를 다룬, 탈 서양적인 작품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작품은 일본 고유의 전승 설화에 의존하고 있다. 내용은 인간의 자연파괴에 분노한 짐승들이 인간을 공격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과 원령공주, 즉 모노노케 히메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유럽의 민담을 1740년 프랑스 여류작가 가브리엘 수잔 바르보 드 빌레느브가 정리한 '미녀와 야수'의 흔적을 찾기도 하는데, 하야오 감독은 여기서 모티브만 빌렸다. 하야..

소중한 날의 꿈 (블루레이)

무려 11년. 안해준,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2011년)은 제작에 11년이 걸렸다. 일일이 이 땅 구석구석을 발로 찾아 다니며 하나 하나 사모은 소품을 꼼꼼히 작품 속에서 표현하기 위해 걸린 시간이다. 그만큼 정겨운 손그림으로 살린 이 작품의 디테일은 발군이다. 박치기왕 김일이 활약하던 프로레슬링 시절의 네 발 달린 흑백TV, 가게 천장에 매달려 있던 파리 끈끈이, 그리고 신작로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던 삼륜차처럼 1970년대 시대상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어찌나 사실적으로 묘사됐는 지 보는 내내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꼼꼼하게 재현한 디테일의 승리다. 비단 소품과 풍경만 그런게 아니다. 작품 곳곳에 임희춘 배철수 차범근 차인태 손석희 임권택 정주영..

캐리 2013 (블루레이)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 할 때는 원작과 다른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원작이 주는 맛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 리메이크가 성공하기 쉽지 않다. 킴벌리 피어스 감독의 '캐리 2013'(Carrie , 2013년)은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요소를 집어 넣었으나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지 못한, 리메이크의 새로움과 한계를 모두 지닌 작품이다. 피어스 감독은 원작과 다른 차별화를 두 가지 요소를 통해 꾀했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다. 1970년대를 바탕으로 한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과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훌륭한 오리지널 영화(http://wolfpack.tistory.com/entry/캐리-블루레이)와 달리 휴대폰과 인터넷이 필수품이 된 현대를 택했다. 그래서 청소년..

킹덤 오브 헤븐(블루레이)

서사적이고 규모가 큰 작품을 좋아하는 리들리 스코트(Ridley Scott)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 2005년)은 그의 남성적인 연출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작이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기사들의 십자군 원정을 다룬 이 작품은 칼과 창이 번뜩이며 피가 튀고 비명이 울리는 중세시대의 참혹하기 이를 데 없는 전쟁을 개각도 촬영과 슬로 모션을 적절히 섞어서 핏방울과 흙먼지까지 보일 만큼 세세하게 묘사했다. 덕분에 '글래디에이터' 못지않게 실감 나고 박력이 넘친다. 2003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스코트 감독은 같은 칭호를 받은 기사로서 과거의 기사 이야기를 역사에 충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실존 인물과 각종 소품을 시대의 고증에 맞게 재현했으나 정작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