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5/02 8

쎄시봉

서울 명동에 있었던 통기타 살롱 쉘부르, 무교동에 자리 잡았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년대말, 70년대를 풍미했던 통기타 문화의 상징이다. 이런 곳들을 통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이태원 박은희 남궁옥분 이문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당연히 지금도 쉘부르, 쎄시봉 하면 이들의 얼굴과 함께 유명했던 노래들이 떠오른다. 그만큼 쎄시봉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들과 가수들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영화 '쎄시봉'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쉘부르와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시대의 노래들과 가수들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을 소품처럼 차용해 남녀의 흘러간 사랑 이야기를 신파극처럼 써..

영화 2015.02.07

아메리칸 스나이퍼

요즘 미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4년)다. 국내에서도 개봉해 상영 중인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이었던 미국 네이비실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이라크전에 네 차례나 파병돼 공식적으로 160명, 비공식적으로 255명을 사살했다. 그만큼 미군들 사이에서 그는 전설적 존재가 됐다. 그의 저격 덕분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많은 미군 병사들이 구사 일생으로 살아나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나온다. 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탈레반, 특히 여자 어린이 할 것 없이 미국에 저항하는 세력들에게는 더 할 수 없는 악마의 화신이다. 이렇게 어긋나는 두 지점이 서로 다른 입장의 ..

영화 2015.02.03

개의 심장

독특한 제목을 가진 블라디미르 보르트코 감독의 '개의 심장'(Sobachye Serdtse, 1988년)은 미하일 불가코프의 유명한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은 구 소련 체제에서 탄압을 받아 50여년 동안 제대로 출판이 되지 않았다. 이유는 당시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은근히 비꼬고 풍자했다는 것. 특히 구 소련 당국은 스탈린에 대한 모독이 들어 있다고 봤다. 아닌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이 작품은 구 소련 체제에 대한 조롱이 여기 저기 들어 있다. 작가는 이를 SF적이면서 블랙 유머를 섞은 내용으로 교묘하게 풀어 냈다. 내용은 떠돌이 개가 사람의 뇌와 생식기를 수술로 이식받고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다. 사람의 외모로 변한 뒤 두 발로 걷고 말도 하게 된 개는 곧 당의 공식적인 자리를 얻어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