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6 12

폭스캐처 (블루레이)

1996년 1월26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한 중년 남성이 또다른 남성을 아무 이유없이 권총으로 쏴 죽인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묻지마' 살인이다. 놀라운 것은 사건보다 피해자와 범인이다. 피해자는 LA올림픽 레슬링 부문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 살해범은 놀랍게도 억만장자인 존 듀폰이었다. 바로 케블러라는 특수섬유를 개발한 세계적인 화학기업 듀폰의 창업주 4대손이다. 레슬링을 좋아해서 미국 레슬링협회를 적극 후원했던 존 듀폰은 엄청난 규모의 펜실베니아 자택에 레슬링 훈련장을 지어놓고 사설 레슬링팀까지 운영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데이브 슐츠를 코치로 초빙해 88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사설 레슬링팀의 훈련을 맡겼다. 그런데 왜 존 듀폰은 갑자기 데이..

안녕 은하철도 999(블루레이)

전편에 이어 린 타로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은 극장판 애니메이션 '안녕 은하철도 999'(1981년)는 사실상 시리즈의 완결편 같은 작품이다. 철이의 출생 비밀, 수수께끼의 존재인 메텔의 정체 등이 이 작품에서 모두 드러난다. 내용은 철이가 메텔을 다시 만나 은하철도999를 타고 기계제국의 심장부로 가서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전편처럼 우주해적 캡틴 하록, 에메랄데스 등이 조력자로 나선다. 시리즈의 완결편인 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전편에 비해 억지로 늘린 것처럼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이 흠. 다만 영화 '스타워즈'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의 관계설정이 흥미롭다. 기계제국의 전사 파우스트는 영락없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연상케 하고, 관계 설정도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하고 닮았다...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영화인 '아가씨'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면서 같은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같은 복수 3부작에 비하면 잔혹하지 않으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라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여인네들의 진한 사랑이 펼쳐진다. 영국의 새러 워터스가 쓴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이 작품은 엄청나게 잘 사는 친일파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 여인과 친일파의 처조카딸, 이를 둘러싼 남자들의 음모와 배신이 또아리를 틀고 돌아가는 얘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이야기가 결코 복잡하지 않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야기가 업치락 뒤치락하지만 양자 대결의 분명한 선악구도로 나뉘어 헷갈릴 일이 없다. 감독이 ..

영화 2016.06.11

은하철도 999 극장판(블루레이)

린 타로 감독이 1979년에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요즘 다시 보라고 하면 처음 본 사람들은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요즘 애니메이션과 확연하게 다른 캐릭터와 작법 때문에 오히려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다. 구시대적이고 퇴물 같아 보이는 이 애니메이션 작품은 1980년대에 꽤나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 작품을 보며 자란 세대들에게는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추억의 작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보다는 이보다 앞서 방영된 TV시리즈가 명작이다. 11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TV시리즈는 1978년 일본 후지TV에서 2년 6개월에 걸쳐 방영됐다. 국내에도 들어와 MBC에서 1981년 방영했다. 국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타타타'를 부른 가수 김국환이 부른 '기차가 어..

메루, 한계를 향한 열정(블루레이)

20여년전 학창시절, 설악산에 자주 갔다. 아침 일찍 오색쪽에서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 대청봉을 넘으면 오후 3,4시쯤 설악동 입구로 내려 올 수 있어 당일치기 등산으로는 딱이었다. 거기에 봄, 여름, 가을 철마다 다른 기가 막힌 절경까지 볼 수 있으니 더 할 나위 없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멋모르고 따라 나섰다가 나가 떨어진 뒤 혼자서 산을 넘었는데, 혼자 산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아무것도 없는 대자연의 고즈넉함이 주는 평안함과 외로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 가미된 그 느낌은 참으로 생경하면서도 감미롭다. 그렇게 힘든 자신과의 싸움 끝에 정상에 서서 탁 트인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면 이런게 희열이구나 싶다. 하물며 1,700여 미터 높이의 설악산도 그럴진대, 6,000여미터 이상 세계의 고봉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