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06 12

노킹 온 헤븐스 도어(블루레이)

토마스 얀 감독의 데뷔작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년)는 제목이 말해 주듯 가수 밥 딜런이 부른 같은 제목의 유명한 명곡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 노래는 밥 딜런이 1973년에 출연했던 서부극 '관계의 종말'(http://wolfpack.tistory.com/entry/관계의-종말)을 위해 그가 만들어 불렀다. 밥 딜런은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했는데 그 중 이 노래가 가장 유명하다. 영화의 흥행을 떠나 노래가 크게 히트했고 여러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도 밴드 젤리크가 다시 불렀다. '관계의 종말'에서는 총을 맞고 죽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 위로 이 노래가 흐르며 더할 수 없이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영화도 크게..

스텝 업 (블루레이)

숱한 댄스 영화들이 나왔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어진 작품은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스텝 업'(Step Up, 2006년)은 나름 성공한 작품이다. 2006년부터 20014년까지 5편의 시리즈가 이어졌는데 그 중에서 앤 플레쳐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시리즈의 효시가 됐다. 내용은 지극히 도식적이다. 청춘 남녀가 춤을 매개로 사랑을 하고 그들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로 '플래쉬댄스' 식이다. 여기에 약간 반항기 있는 삐딱한 청년이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도 계몽영화식 청춘물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뻔한 내용을 지탱한 것은 화려한 안무다. 아무래도 댄스 영화의 주인공은 춤인데, 앤 플레쳐 감독이 안무가이다보니 춤 장면에서 묘미와 매력을 잘 끌어 냈다. 그는 극 중 안무에도 직접 참..

메멘토 (블루레이)

보험조사원인 레너드(가이 피어스)의 아내가 강간 당한뒤 살해된다. 레너드는 그때 충격으로 방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다. 그때부터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사라지는 기억대신 단서를 온 몸에 문신으로 새기며 범인을 쫓는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Memento, 2000년)는 여러가지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작품이다. 우선 이야기가 다른 작품과 달리 결말을 보여주고 거꾸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렇다고 과거 사건의 자초지종을 차례대로 짚는 전통적인 플래시 백은 아니다. 마치 10, 9, 8, 7... 숫자를 거꾸로 세며 우주선 발사 카운트다운을 하듯 사건이 결말부터 차례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다시 현재 시점의 이야기가 뒤섞인다. 이렇게 시제를 오가는 ..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똑같은 영화를 두 번 만든 적이 있다. 그 작품이 바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이다. 1934년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처음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다. 원래 히치콕은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것을 싫어해 다시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파라마운트와 1편의 영화를 더 제작해야 하는 계약이 남아 있어서 고심 끝에 이 작품을 컬러로 다시 만들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캐릭터가 약간 바뀌었고 여기 맞춰 내용도 소폭 달라졌다. 이야기는 우연히 모로코로 휴가를 떠난 의사 부부가 뜻하지 않은 국제암살단의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 30년대 영화에서 강렬했던 악당은 약간 움츠러들었고, 바람기 많은 주인공의 아내는 얌전하면서도 강인한 여..

나인 (블루레이)

6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로 주목을 받은 롭 마샬 감독이 두 번째 들고 나온 뮤지컬 영화가 '나인'(Nine, 2009년)이다. 이 영화 역시 '시카고'처럼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로 옮겼는데 좀 독특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유명한 이탈리아 영화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을 원작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작 영화를 뮤지컬로 바꾼 것을 다시 영화로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 영화는 자신의 9번째 작품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창작의 고통을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펠리니 감독의 원작 영화와 궤를 같이 한다. 9번째 영화를 만들게 된 이탈리아 영화감독 귀도는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고통을 겪는 가운데 그동안 숱한 염문을 뿌린 여성들과 관계도 뒤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