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9 1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블루레이)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ナミヤ?貨店の奇蹟, 2017년)은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본은 물론이고 국내에도 번역 출판돼 꽤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을 뛰어넘어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원작 소설에만도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원래 원작 소설 또한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던 터여서 더더욱 영화가 심드렁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내용은 어느 마을에 노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다. 잡화점 게시판에 고민을 쓴 쪽지를 붙이거나 편지를 넣어 놓으면 잡화점 노인이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특이한 점은 시제를 비튼 설정이다. 잡화점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4K 블루레이)

액션도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여기에 내성이 생기면 점점 더 강한 것을 찾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딱 그렇다.1편만 해도 긴박한 스릴러와 기발한 장치들로 반전을 꾀한 첩보물에 가까웠다면 2편 이후부터 액션이 강도를 더해가며 쓰나미처럼 몰려 들었다. 시리즈의 주인공 에단 헌트는 버즈할리파 빌딩을 맨손으로 기어 오르고 모스크바의 크레믈린을 날려버리더니 5번째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2015년)에서는 날아가는 비행기에 맨 몸으로 매달리고 거대한 수조에 산소통 없이 뛰어들어 곡예같은 액션을 펼친다.그러니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에단 헌트가 보여줄 액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고스란히 제작진에게 부담으로..

몰타의 이것저것

몰타의 공유 자전거 넥스트바이크 몰타에 머무는 동안 숙소였던 세인트 줄리안의 힐튼 호텔 앞에는 공유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여러 대의 자전거가 쭉 묶여 있었는데 서울시의 따릉이처럼 스마트폰의 앱을 이용해 빌릴 수 있는 공유 자전거였다. 몰타의 공유 자전거 이름은 넥스트바이크(nextbike)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을 설치한 뒤 자전거를 선택해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인식하거나 자전거 차대 옆면에 크게 쓰여있는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이후 결제를 하면 비밀번호가 앱에 표시된다. [세인트 줄리안의 힐튼 호텔 앞에 위치한 공유 자전거 넥스트바이크 거치대.] 이 비밀번호 4자리는 자전거 잠금장치를 푸는 번호다.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 놓은 잠금줄 자물쇠에 표시된 번호를 돌려서 맞추는 식이다. 요금은 비..

여행 2018.09.03

조디악 (감독판 블루레이)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Zodiac, 2007년)은 미국판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다.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와 형사들의 이야기다. 살인의 추억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적인 이야기를 추가해 만들었다면, 핀처 감독의 '조디악'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만큼 사실에 집착했다. 그만큼 이야기는 진중하며 무겁다. 다만 두 작품 모두 누구인지 모르는 범인에 대한 추측으로 영웅시하거나 극적 과장을 하지 않는 대신 희생자와 추적자들에게 집중해 범죄의 심각성과 사건 해결에 대한 의지를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범인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희생자뿐 아니라 이 사건에 얽힌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살인의 추억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