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9 14

레드 스패로(블루레이)

여간첩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타 하리와 김수임이다.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 노릇을 했다는 혐의를 받은 마타 하리는 결국 프랑스에서 총살형을 당했다.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남한에서 활동했던 김수임은 자생적 공산주의자에 가까운 간첩이다.연인이었던 공산주의자 이강국을 사랑한 그는 미 군정 관계자를 통해 정보를 빼돌렸다. 김수임 역시 1950년 4월에 체포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총살당했다.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춤솜씨(마타 하리) 또는 출중한 영어 실력(김수임) 등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었다.결국 두 사람의 공통점을 놓고 보면 여간첩은 곧 색(色)이라는 생각을 먼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계라는 것이 과거의 술책일 뿐 현대에는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꼭 그..

붉은 10월 (4K 블루레이)

1980년대 최고 이야기꾼을 꼽는다면 단연 '재칼의 날'을 쓴 프레드릭 포사이드다. 톰 클랜시는 포사이드의 뒤를 잇는 밀리터리 스릴러 작가로, 완성도 면에서는 포사이드에 미치지 못하지만 레인보우 식스로 대표되는 일련의 베스트셀러를 여러 편 내놓았다. 톰 클랜시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 바로 1984년에 쓴 '붉은 10월호 추적작전'이다. 국내에도 금박출판사를 통해 처음 번역 출간됐던 이 책은 구 소련의 최신예 핵잠수함 붉은 10월호가 미국으로 망명하는 내용을 다뤘다. 워낙 감쪽같이 망명을 해야 했기에 미국과 소련의 해양 전력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과정을 아주 긴장감 넘치게 그렸다. 특히 밀리터리 마니아인 톰 클랜시의 해박한 군사지식이 총동원된 덕분에 실감나는 묘사로 당시 레이건 대통령도 극찬을 했다고 한다. ..

쿼키라이터S 키보드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쿼키토이즈(Qwerkytoys)가 만든 '쿼키라이터 S(Qwerkywriter S)는 참으로 독특한 키보드다. 이 제품은 옛날 타자기 모양을 그대로 흉내내 만들었다. 동그스름한 자판과 검은색의 묵직해 보이는 몸체, 거기에 왼손쪽으로 삐죽 솟아있는 리턴바까지 영락없는 타자기다. 거기에 자판을 두드려보면 딸깍 딸깍하는 소리까지 타자기를 그대로 빼닮았다. 하지만 과거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과 달리 기능은 지극히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기기다. 우선 USB 케이블을 통해 데스크톱과 유선으로 연결되며 블루투스 기능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기기까지 연결된다. [쿼키토이즈의 쿼키라이터 S. 외부 포장도 고급스럽다.] 따라서 타자기의 종..

메모장 2018.09.15

아가씨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는 그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작품중에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충격적이고 변태적이며 가학적이다. 흔치 않은 외설적 취미를 가진 조선인과 이를 이용한 사기꾼 무리들의 변태적 행각, 이 과정에 드러나는 여배우들의 적나라한 동성애 장면, 서슴치 않고 손가락을 깍두기 썰 듯 잘라버리는 폭력 장면 등은 여전히 '올드보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의 작품 중 진정 대..

긴급명령 (4K 블루레이)

필립 노이스 감독의 영화 '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1994년)은 제목만 보면 무슨 내용인 지 가늠하기 힘들다.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뜻의 원제도 마찬가지. 오히려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을 번역 출간할 때 붙인 국내 책 제목 '마약 전쟁'이 확실하게 와닿는다. 영화 제목이 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서라도 우선 제거해야 할 위험이다. 이를 미국 정부는 마약으로 봤다. 하지만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이 그리는 것은 단순히 마약에 국한하지 않는다. 마약을 빌미로 미국 대통령의 묵인 아래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해 문제를 일으키고,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무소불위의 위험천만한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을 가진 권력을 더 문제로 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