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레드슈즈(블루레이)

동화 비틀기는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일이다. 홍성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애니메이션 '레드 슈즈'(Red Shoes, 2019년)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Seven Dwarfs)를 비틀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백설공주의 미모를 시샘한 마녀가 공주를 죽이려고 하자 왕자들이 이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하는 내용으로, 동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설정이 완전히 뒤바뀐다. 백설공주 비틀기 우선 공주는 타고난 절세미인이 아니다. 못생기지는 않았지만 뚱뚱한 그는 마녀의 소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마법 구두, 즉 빨간 구두를 신고 미녀가 된다. 이는 마치 뚱뚱한 코러스걸에서 성형을 통해 미녀 가수로 다시 태어나는 우리 영화 '미녀는 괴로워' 같다. 어찌 보면 공주의 미모는 마..

라스트 풀 메저(블루레이)

미군에게 명예훈장은 가장 영예로운 훈장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동료들을 위기에서 구해낸 경우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서 받기 극히 힘든 훈장으로 알려져 있다. 미 공군의 항공구조사였던 윌리엄 피첸바거 병장은 21세 나이에 월남전에 참전해 수많은 전우들을 구하고 전사해 명예훈장을 받았다. 그는 무려 300번에 구조 작전에 투입돼 60명의 전우를 구출했다. 특히 1966년 4월 11일 에블린 작전에 투입된 그는 미군 180명이 수색 도중 베트콩 600명에게 기습을 당한 현장에 투입돼 전우들을 구하고 전사했다. 그는 공군 소속이었기 때문에 굳이 작전 현장에 남을 필요가 없었으나 의무병이 부상당한 것을 보고 스스로 전장에 남아 육군들을 돌보다가 젊은 나이에 스러졌다. 그의 이야기는 한동안 묻힌..

나인스 게이트(블루레이)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나인스 게이트'(The Ninth Gate, 1999년)는 이름값을 못하는 영화다. 명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유명한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Darius Khondji), 그리고 똑 부러지는 연기를 하는 조니 뎁(Johnny Depp)까지 면면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출이나 스토리텔링은 평범하고 촬영 또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별로 없다. 조니 뎁 또한 엉성한 구성 속에 떠내려가는 뗏목처럼 소모돼 버렸다. 다리우스 콘지와 조니 뎁을 데리고 왜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난해한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을 들 수 있다. 원작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U..

해치지 않아(블루레이)

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새로 부임한 법무법인 출신의 변호사 태수(안재홍)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동물을 사 올 방법이 없자 영화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회사에 의뢰해서 그럴듯한 동물탈을 만들고 이를 동물원 직원들이 뒤집어쓴 채 동물 노릇을 한다는 발상이다. 우리에서 멀리 떨어져 보면 잘 안 보이고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벌인 일이다. 태수의 생각은 사람들의 통념을 뒤집어 허를 찌르는 역발상이다. 그때부터 동물원 직원들은 북극곰, 사자, 나무늘보, 고릴라가 돼서 사람들을 맞는다. 그러던 어느 날 북극곰 탈을 뒤집어쓴 태수가 갈증을 못 참고 콜라를 마시다가 사람들에게 들킨다. 그런데 오히려 이 ..

데스위시(블루레이)

1974년 마이클 위너(Michael Winner) 감독이 만든 영화 '데스 위시'는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추방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가정을 파괴한 악당들을 응징하는 한 사내의 외로운 싸움을 다루고 있다. 험상궂은 얼굴에 과묵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찰스 브론슨은 더없이 외로운 영웅에 잘 어울렸다. 찰스 브론슨은 이 작품뿐 아니라 나중에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이 주연한 리메이크 영화 '메카닉'(The Mechanic)의 원조이기도 하다. 그는 '데스 위시' 시리즈와 '메카닉' 그리고 '빗속의 방문객'(Le Passage De La Pluie)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속 정이 깊은 묵직한 영웅의 모습을 만들었다.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