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끝과 시작

민규동 감독의 '끝과 시작'(2013년)은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에 수록된 같은 제목의 네 번째 에피소드를 확대한 작품이다. 내용은 큰 줄거리는 같지만 일부 소소한 부분이 달라졌다. 단편은 재인(황정민)과 나루(김효진)가 자동차에서 정사를 벌이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장편은 재인의 아내인 정하(엄정화)가 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재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또 재인과 나루의 이야기가 실은 동창회에서 만난 재인이 정하에게 구상 중인 작품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즉 액자 소설처럼 피카레스크식 구조를 갖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민 감독은 이를 상상이 현실로 되풀이되는 식으로 구성했다. 특히 과거 재인이 정하에게 들려준 상상 속 이야기가 미래에 재인과 정하가 결혼한 뒤 현실화된..

여고괴담5 동반자살

시리즈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이종용 감독의 '여고괴담 5 동반자살'(2009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리면서 부침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섭지 않다는 점이다. 공포물이 공포스럽지 않다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최악이다. 내용은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기로 우정 어린 맹세를 한 여고생들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같은 맹세를 한 여고생 중에 한 명이 자살하면서 나머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겪는 얘기다. 영화는 도대체 죽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캐내는 미스터리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면서 뜻밖에 사건들이 밝혀지는데 이 과정에서 시리즈 전반에 깔리는 성적에 대한 중압감, 여고생들..

사라진 시간(블루레이)

배우 정진영이 감독한 '사라진 시간'(2019년)은 참 어리둥절한 영화다. 동일한 상황에 같은 인물이 등장해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니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사전 정보 없이 봤을 때는 주인공이 다중인격인 줄 알았다. 마을에 발생한 화재 때문에 사람이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조진웅)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어느 순간 마을 학교의 교사가 돼 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화재가 나서 죽은 집주인으로 둔갑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상황에 맞게 같이 변했으면 모르겠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다. 오로지 조진웅이 연기한 주인공의 정체만 계속 달라진다. 그렇다 보니 앞 뒤 이야기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나중에는 주인공이 꾸는 일장춘몽 같은 꿈 얘기인가 싶었다. 결국 아무..

의뢰인

영화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는 철민(장혁)은 출장을 다녀왔다가 졸지에 아내 살해범으로 몰린다. 그러나 살해당했다는 아내의 시체는 온데간데없고 방 안에 피만 흥건하다. 이때부터 무죄를 주장하는 철민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하정우)와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체가 없는 상태에서 기소를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검사(박희순)의 대결이 시작된다. 손영성 감독의 데뷔작인 '의뢰인'(2011년)은 본격적인 법정 스릴러를 표방하고 나선 작품이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법정 공방의 틀을 국내의 국민참여재판에 도입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검사와 변호사의 대결로 압축되는 법정 드라마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밀실 추리극이다. 아무도 침입한 흔적이 없는 아파트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아내의 시체를 놓고 모두가 한판 추리..

레지던트 이블 5 : 최후의 심판(4K 블루레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콘솔 키드들을 위한 영화다. 원작이 유명한 비디오 게임인 캡콤사의 '바이오 하자드'이기도 하지만 시리즈의 내용이 전형적인 게임 구성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몰려 나오는 좀비들, 앞뒤 가릴 것 없는 난타전과 총격전으로 최대한 적을 많이 쓰러뜨려야 하는 액션 게임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5번째 시리즈인 폴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5 : 최후의 심판'(Resident Evil: Retribution, 2012년)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이전 작품에서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들까지 모두 불러내고, 괴물들도 총동원했다. 그야말로 시리즈의 모든 요소를 뒤섞은 종합선물세트같은 작품이다. 이런 상황에 줄거리는 무의미하다. 아케이드성 액션 게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