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라이트 하우스(블루레이)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라이트 하우스'(The Lighthouse, 2019년)는 절해고도의 섬에 우뚝 서 있는 등대지기들의 이야기를 어둡고 음침하게 그렸다. 등대지기라면 어려서 부르던 영국 민요 'The Golden Rule'을 개사한 동요 '등대지기'가 떠오른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로 시작하는 노래는 외로운 등대지기의 삶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 영화 속 등대지기들의 모습은 무섭고 추악하다. 사람이라고는 두 명의 등대지기뿐인 섬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이들은 서서히 광기에 물들어 간다. 여기에 태풍으로 교대하러 오던 배마저 끊기자 급기야 이들은 무서운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특이하게 두 명의 토마스가 등장한다. 노련한 선임 등대지기 토마스(윌렘 대포)는 등대를 지..

머더리스 브루클린(블루레이)

추리 소설사에 보면 희한한 탐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 어니스트 브라머가 쓴 '브룩벤드 주택의 비극'에 등장하는 맥스 캐러도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고, 앨러리 퀸의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나오는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클레이튼 로슨의 대표작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에 나오는 멀리니는 마술사 탐정이며,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 맥베인이 커트 캐넌이라는 필명으로 쓴 '주정뱅이 탐정'의 주인공 커트 캐넌(작가와 이름이 같다)은 제목 그대로 술주정꾼이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JB 오설리번이 쓴 '홀린 죽음'에 등장하는 탐정은 유령이다. 독특하기로 따지면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2019년)의 주인공 라이어넬(에드워드 노튼)도 뒤지지..

와일드 로즈(블루레이)

무명가수가 고생 끝에 성공하는 이야기의 영화는 흔하다. '스타 탄생' '복면달호' '예스터데이' '당신은 내 인생의 빛' '재즈 싱어' '드림걸즈' 등 숱하게 많다. 따라서 같은 스타일의 영화로 차별화하려면 매력 있는 캐릭터와 노래가 중요하다. 어차피 고생 끝에 복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 형식의 내용은 거기서 거기인 만큼 차별화하려면 개성 강한 인물과 쏙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노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톰 하퍼 감독의 '와일드 로즈'(Wild Rose, 2018년)는 아쉬운 작품이다.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뻔한 스토리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 힘든 주인공,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컨트리 뮤직으로 승부를 걸었다. 내용은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미혼모인 로즈(제시 버클리)가 컨트리 가수로 성..

소라닌(블루레이)

미키 타카히로 감독의 '소라닌'(ソラニン, 2010년)은 크게 기대할 것 없는 진부한 청춘 멜로물이다. 아사노 이니오가 일본 만화잡지에 연재한 만화를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밴드를 하는 20대 남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뤘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동거하며 6년째 열애 중인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와 타네다(코라 켄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에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메이코는 더 이상 원치 않은 직장에 다니는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해 그만두고 타네다도 작곡에 몰두한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에 비해 현실은 냉혹하다. 타네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일상에 지쳐 음악을 그만두기로 한다. 그렇게 꿈을 접는 타네다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연인의 죽음으..

그레이트 월(블루레이)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 2016년)은 중국 문화에 대한 우월성과 자만심이 가득한 판타지 영화다. 혹독하게 말하면 서양인들을 겨냥한 중국 우월주의를 알리는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내용은 신비의 검은 가루를 찾아서 중국으로 흘러든 두 명의 서양 전사가 만리장성을 지키는 중군 군대와 함께 괴수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타오티에라고 부르는 괴수들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도철(饕餮)이다. 탐할 도(饕)에 탐할 철(餮)이라는 글자처럼 끝없는 욕심의 상징인 이 괴수는 용의 아홉 자식 중 하나다. 거대한 소의 몸에 호랑이 이빨과 양의 뿔을 지닌 이 괴수는 무시무시한 괴력과 파괴의 화신으로 꼽힌다. 영화 속에서는 이 괴수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어 사람을 잡아먹는다. 원래 이민족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