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그레이트 월(블루레이)

울프팩 2020. 3. 10. 22:44

장이머우(장예모) 감독의 '그레이트 월'(The Great Wall, 2016년)은 중국 문화에 대한 우월성과 자만심이 가득한 판타지 영화다.

혹독하게 말하면 서양인들을 겨냥한 중국 우월주의를 알리는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내용은 신비의 검은 가루를 찾아서 중국으로 흘러든 두 명의 서양 전사가 만리장성을 지키는 중군 군대와 함께 괴수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타오티에라고 부르는 괴수들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도철(饕餮)이다.

 

탐할 도(饕)에 탐할 철(餮)이라는 글자처럼 끝없는 욕심의 상징인 이 괴수는 용의 아홉 자식 중 하나다.

거대한 소의 몸에 호랑이 이빨과 양의 뿔을 지닌 이 괴수는 무시무시한 괴력과 파괴의 화신으로 꼽힌다.

 

영화 속에서는 이 괴수들이 떼거지로 달려들어 사람을 잡아먹는다.

원래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만리장성은 괴수들을 막는 방벽이 됐다.

 

그런데 영화 속 만리장성은 우리가 아는 만리장성이 아니다.

성벽 안에 터빈 엔진을 연상케 하는 기계 장치가 들어 있어 각종 무기들을 작동시킨다.

 

예를 들어 벽에서 거대한 가위가 튀어나와 성벽을 오르는 괴수를 자르고 커다란 불덩어리를 날리며 쇠뇌를 연상케 하는 대형 화살을 쏘아댄다.

언뜻 보면 '반지의 제왕'의 헬름 협곡 전투를 연상케 한다.

 

끝없이 몰려드는 타오티에 무리는 사루만의 어둠의 군대를 연상케 하고, 거대한 투석기와 가위 및 쇠뇌 등은 헬름 협곡 성벽의 투석기를 닮았다.

등장인물과 장소만 동양인과 중국일 뿐 싸움 장면은 반지의 제왕을 흉내 냈다.

 

여기에 중국 문화의 우월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한다.

맷 데이먼과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윌리엄과 페로라는 두 서양 전사가 노린 신비의 검은 가루는 바로 중국이 발명한 화약이다.

 

여기에 괴수조차도 넘지 못하는 거대한 만리장성과 곡예를 보는 듯한 신기에 가까운 중국의 공격술, 비행기를 연상케 하는 풍선 부대 등 만화 같은 설정으로 서양 사람들의 얼을 빼놓으려고 달려든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황당하고 설정도 판타지를 뛰어넘는 얼토당토않은 것들이라 중국 문화의 우월성보다는 유치함을 더 느끼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장이머우 감독이 이런 황당한 작품의 연출을 맡았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영웅'을 내놓았을 때부터 장이머우 감독이 중국 중심의 국수주의적 영화를 만든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문화적 자부심을 강조한 영화와 입맛대로 역사를 요리하며 체제 옹호적 내용을 담은 영화는 엄연히 다르다.

후자를 우리는 프로파간다, 즉 선전물로 분류한다.

 

선전물이라도 레니 리펜슈탈의 '의지의 승리'처럼 압도적인 영상미와 구성을 보여주면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도 못하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를 한 영상은 마치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정신없는 네온 간판 같다.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사인 레전더리 픽처스와 중국 업체 LeEco가 합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무려 1,8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을 만든 웨타와 '스타워즈'의 ILM 등 할리우드의 최정상급 디지털 회사가 동원됐고 맷 데이먼, 페드로 파스칼, 윌렘 대포, 유덕화, 경첨 등 할리우드와 중국의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런 물량과 배우들을 갖고 뽑아낸 결과치고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특히 장이머우 감독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중국인들의 평가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장이머우 감독은 예전 같지 않다.

'국두'나 '붉은 수수밭'처럼 인간에 대한 성찰과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냉정하게 바라보던 과거의 그가 그립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장면은 디테일이 뭉개지지만 전체적으로 윤곽선이 또렷하고 색감이 잘 살아있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도가 우수해 서라운드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

저음의 울림도 좋은 편.

 

부록으로 제작과정과 공성전 촬영, 무기 설명, 만리장성 세트, 액션,  삭제 장면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맷 데이먼은 뛰어난 활 실력을 지닌 역할을 연기하려고 헝가리 출신 유명 양궁선수에게 훈련을 받았다.
영화 속에서 만리장성은 인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처럼 묘사됐다.
뿐만 아니라 만리장성은 온갖 희한한 장치들이 숨겨진 요새처럼 묘사됐다. 엄청난 사실 왜곡이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스토리를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엄청난 부를 안겨줄 신비한 검은 가루는 중국이 발명한 화약이다. 이를 문화적 우월성의 상징으로 엄청나게 강조했다.
탐욕의 상징인 중국 신화 속 괴수 타오티에. ILM에서 30만 마리의 괴수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었다.
WETA에서는 2만점이 넘는 창과 칼 등 무기류, 가구와 그릇 등 각종 소품을 제작했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 영웅의 활약을 꽤 강조했다. 극 중 린 메이 사령관을 연기한 경첨은 시안 출신 가수 겸 배우다. 베이징 영화학원을 졸업한 그는 '콩 스컬 아일랜드' '퍼시픽 림 업라이징' 등에도 나왔다.
영화는 만리장성을 실제보다 더 높고 크게 과장해서 묘사했다.
제작진은 12세기 건축방식에 따라 돌과 벽돌로 일부 성벽을 만들어 촬영했다. 이를 위해 20만개 이상의 벽돌을 사용했다.
70여명의 의상전문가들이 옷 공장 하나를 빌려 1만여벌이 넘는 갑옷을 만들었다.
배우들은 3미터 높이에 그린스크린을 둘러친 황궁 세트에서 연기했다.
이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이 영어로 만든 첫 작품이기도 하다.
금박을 입힌 황궁 세트는 송나라 건축 방식을 살려서 26주 동안 제작했다.
아이맥스 상영을 위해 65밀리용 디지털 카메라인 알렉사65로 촬영.
이 작품을 공동제작한 할리우드의 레전더리 픽처스는 중국의 완다그룹 계열사가 됐다.
경첨은 연기를 위해 매일 3,4시간씩 신체 단련 및 무술 훈련을 받았다.
장이모우 감독의 현란한 색감은 여전하다. 오히려 지나쳐서 문제다. 온통 색연필 그림처럼 색만 보이기 때문.
영화 속에서 만리장성은 오랑캐 대신 탐욕의 상징인 타오티에라는 괴물들을 막는다. 결국 타오티에는 중국 고유 문화가 아닌 것들, 탐욕스런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탐욕스런 타오티에는 아무리 떼지어 달려들어도 중국을 상징하는 황궁을 정복하지 못한다.
기원전 214년에 진시황이 중국을 최초 통일한 뒤 이민족을 막기 위해 10년 동안 30만명을 동원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대부분의 성벽은 15세기 명나라때 몽골을 막기 위해 다시 쌓은 것들이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그레이트월 (2D 3D 2Disc) : 블루레이
 
그레이트월 (1Disc)
 
예스24 | 애드온2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일드 로즈(블루레이)  (0) 2020.03.21
소라닌(블루레이)  (0) 2020.03.15
페인티드 베일(블루레이)  (0) 2020.03.08
헬보이(리부트 블루레이)  (0) 2020.03.02
악질경찰(블루레이)  (0)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