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430

더 키친(블루레이)

앤드리아 버로프 감독의 '더 키친'(The Kitchen, 2019년)은 때로는 여성들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갱단의 일원인 남편들이 강도짓을 하다가 체포된 뒤 먹고살기 위해 여성들이 조직을 접수하는 내용이다. 원작은 올리 매스터스와 밍 도일의 그래픽 노블이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3명의 여자가 헬스 키친으로 알려진 뉴욕 맨해튼의 웨스트사이드 지역을 차지하는 과정을 다뤘다. 나약하고 심지어 남편에게 얻어맞으며 죽은 듯 살아가던 여인들이 갑자기 용기가 치솟아 남자들도 못하는 일을 해낸다. 다른 조직과 흥정을 벌여 거대한 공사를 따오기도 하고 정적들을 제압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여성 전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여성들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주부처..

죄 많은 소녀(블루레이)

김의석 감독의 데뷔작 '죄 많은 소녀'(2017년)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돼 뉴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영화다. 이 영화는 죄의식과 책임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여고생이 같은 반 친구의 자살을 둘러싸고 책임이 있다는 지목을 받으며 시달린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지면서 같은 반 아이들은 물론이고 죽은 아이의 엄마까지 여고생을 찾아와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후 벌어지는 사태들은 사람들이 죄의식 앞에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을 자신의 경험을 반영해 만들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소중한 친구를 잃고 나서 자책의 드라마를 쓰고 싶어 만든 것이 이 작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주연을 맡은 전여빈의 연기다. 그는 친구의 자살 ..

더 보이(4K 블루레이)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의 '더 보이'(Brightburn, 2019년)는 전형적인 안티 히어로물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노심초사하던 어느 부부에게 느닷없이 아이가 생긴다. 자연스러운 임신이 아니라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를 아이가 이상한 괴물체와 함께 뒤뜰에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귀엽고 평범하다.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자란 아이가 사춘기 성장통처럼 반항적으로 변하면서 부모는 이상하다고 느낀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괴물체를 알게 된 아이는 엄청난 힘으로 사람을 집어던지거나 차를 들어 올리고 하늘을 날며 눈에서 광선을 뿜어 내면서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한다. 이때부터 아이와 관객은 같이 고민한다. 만인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면 슈퍼..

블룸형제 사기단(블루레이)

많은 사람들이 사기극 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것은 '유주얼 서스펙트' 같은 반전이다. 그러려면 시나리오도 탄탄해야 하고 감독의 연출이 짜임새 있어야 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격 사기극을 표방한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블룸형제 사기단'(The Brothers Bloom, 2008년)은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우선 전 세계 상위 1% 안에 드는 백만장자만 노린다는 블룸형제의 사기극이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다. 할리우드 액션 같은 눈속임과 특수효과 만으로 엄청난 부를 누리는 백만장자를 속인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어수룩하다. 아마 영화 속 등장하는 순진무구한 석유재벌 상속녀인 페넬로페(레이첼 와이즈) 정도나 속을까, 닳고 닳은 상술로 무장한 백만장자들이 자신의 부를 그렇게 어설픈..

더 허슬(블루레이): 여성들의 사기극

크리스 에디슨 감독의 '더 허슬'(The Hustle, 2019년)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애버트와 코스텔로식 코미디 영화다. 뚱뚱이와 홀쭉이의 원조인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상반된 외모와 성격에도 불구하고 콤비를 이뤄 죽이 잘 맞는 희극을 선보였다. 오히려 서로 다른 극단적 외모와 성격의 불균형이 뜻하지 않은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애버트와 코스텔로는 불일치의 조화라는 모순된 코미디의 전형을 이룬 셈이다. 이 작품에서 앤 해서웨이와 레벨 윌슨은 애버트와 코스텔로 역할을 한다. 기발한 사기극으로 꽤 많은 돈을 모은 조세핀(앤 해서웨이)은 우연히 만난 초보 사기꾼 페니(레벨)와 짝을 이뤄 부호들을 털기 위한 대형 사기극을 공모한다. 마치 한편의 연극처럼 잘 꾸민 그들의 사기극에 여러 남자들이 걸려들어 돈을 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