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테이큰2

예전 케이블TV에서 우연히 본 '테이큰'은 기대 이상이었다. '쉰들러 리스트'의 점잖은 오스카 쉰들러가 인신매매범에 납치당한 딸을 되찾기 위해 무지막지한 전사로 변신한 것도 뜻밖이었다. 그만큼 재미있게 봐서 속편에 대한 기대도 당연 컸다.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이 만든 '테이큰2'는 전작만큼은 아니어도 꽤 흥미진진한 액션물이다. 전편에 이어 뤽 베송이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이번 작품은 주인공에게 박살난 인신매매 조직이 복수에 나서는 내용이다. 그 바람에 주인공 뿐만 아니라 딸과 전처까지 온 가족이 위험을 겪는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리암 니슨이다. 환갑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창 젊은 나이의 배우 못지 않은 활기찬 액션을 보여줘 본 시리즈의 맷 데이몬이나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처럼 ..

영화 2012.10.07

피에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 주는 매력은 위악성에 있다. 그의 데뷔작인 '악어'부터 '섬' '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나쁜 남자' 등 초기 작품들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야수성과 폭력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악해져야 하는 등장인물들은 도덕적 위선이나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작품 속 위악적인 캐릭터들은 더 없이 순진하고 단순하다. 다만 표현방법이 잔혹하고 과격해 비판을 받지만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는 속살같은 부분을 파헤친 데 대한 불편함과 충격의 표현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파격적 내용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위악적인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 속에 언뜻 언뜻 보통 사람들의 ..

영화 2012.09.07

공모자들

김홍선 감독의 영화 '공모자들'은 올 여름 본 다수의 개봉작들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뛰어난 이야기의 완결성과 긴장감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스파이더맨' '도둑들' '이웃사람' 등 여타의 작품들을 압도한다.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장기를 꺼내는 장기밀매조직의 충격적 이야기는 마치 목을 조이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 숨을 못쉬게 하는 것처럼, 극적인 긴장감과 공포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온 몸을 짓누른다. 실제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토대로 한 현실적인 공포는 일반 공포물의 실재하지 않는 공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무섭다. 특히 영화는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말의 기대를 끼워넣어 작위적으로 만드는 스토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냉혹할 정도로..

영화 2012.09.01

이웃사람

배우나 감독보다 원작자의 영향이 더 큰 사람이 만화가 강풀이다. 그의 작품이 워낙 웹툰으로 유명하기 때문. 김휘 감독의 '이웃사람'도 마찬가지. 웹툰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어느 마을의 여중생이 살해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묻지마 살인과 연쇄살인의 코드가 적절히 섞이면서 여기에 이웃들의 무관심이라는 메시지가 덤으로 얹혔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흥미진진한 소재가 듬뿍 얹힌 이야기는 궁금증을 유발하며 눈길을 붙잡는다. 기본적인 줄거리 외에 인물들도 개개의 사연을 지닌채 살아 있다. 왜 누구는 이웃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누구는 애써 외면하는 지 스토리를 통해 사연들이 풀려 나오면서 영화는 때로는 공포물, 때로는 스릴러의 장르를 오간다. 배우들도 연기도 좋았다. 악..

영화 2012.08.26

도둑들

방송가 은어 중에 '쪼(조)가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 방송을 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어투나 동작 등 특징이 굳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좋게 표현해 스타일화 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보면 그만의 '쪼'가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 이어 이번 '도둑들'(2012년)까지 그가 연출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만의 특징이 보인다. 마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영화처럼 여러 명의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정신없이 돌아친다. 대사도 김수현 드라마처럼 관객이 미처 생각할 틈 없이 아귀가 딱딱 맞는 얘기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특히 주인공들의 팀웍은 강한 자를 몰아치는데 집중되며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적당한 반전도 연출한다. 히치콕이나 알트만 스타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앞선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최 ..

영화 201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