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코리아

실제 있었던 스포츠 시합을 영화화 하는 것은 사실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일이다. 이기던 지던 승부를 향한 극적인 드라마가 절반은 완성돼 있기 때문. 나머지 절반은 과정의 간극을 메우는 에피소드들이다. 그런 점에서 문현성 감독의 '코리아'는 이미 절반의 점수를 따고 시작했다. 1991년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한이 한 팀을 이뤄 결승까지 올라가 극적인 금메달을 땄으니, 그야말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각종 수식어와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아도 그 사실 만으로도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영화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남한의 탁구영웅 현정화와 북한이 낳은 세계적인 탁구선수 이분희가 세계 1위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과정에 남북한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우여곡절을 양념..

영화 2012.05.13

타이탄의 분노 3D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의 '타이탄의 분노 3D'는 여러가지로 실망스런 영화다. 초인적 힘을 지닌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지옥의 감옥에 갇힌 신들의 왕 제우스를 구해내고, 풀려난 크로노스와 대결을 펼치는 내용.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 키메라 등 컴퓨터그래픽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괴물들이 나와서 시종일관 귀가 먹먹할 정도로 때려부수는 장면 외엔 남는게 없다. 그만큼 물량 공세로 승부를 건다. 덕분에 전작보다 3D 효과는 요란하다. 특히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설계한 거대한 지옥의 지하 감옥 타르타로스와 불을 내뿜는 키메라, 거대한 크로노스 등의 모습은 입체 효과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놀이 공원도 아니고, 입체 효과만으로 승부를 걸 수는 없는 일. 결정적으로 내용이 빈약하..

영화 2012.04.01

건축학개론

집은 추억을 간직한다. 세월이 흘러 사람이 변하듯 집도 낡고 퇴색해 가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흔적들은 오래된 사진처럼 고스란히 남아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오래된 집에서 시작해 새 집으로 끝난다. 오래된 집에는 풋풋했던 대학 시절 첫사랑의 기억이 묻어 있다. 자신만만하면서도 사실은 두렵고, 좋아하면서도 그런 척 하지 않는 용기와 두려움, 사랑과 질투의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함께 도사리고 있는 청춘기의 사랑은 그래서 시행착오적일 수 밖에 없다. 이제훈과 수지가 연기한 청춘의 사랑은 그만큼 안타깝고 불안하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된 새 집은 새로운 기억을 만들기 위한 매개체가 된다. 하지만 엄태웅과 한가인이 연기한 훗날의 두 사람은 결코 옛 기억에서 자유..

영화 2012.03.24

화차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2012년)는 김민희를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정체불명의 여인을 연기한 김민희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연기로 원작 소설에서 걸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만큼 김민희의 연기는 자연스러웠고, 많이 나오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었다. 퇴물 형사로 나온 조성하를 비롯해 간호사 한나 역의 김별 등 주인공을 받친 배우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원래 이 작품은 일본의 인기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1992년 출간한 동명의 미스테리 소설이 원작이다. 제목인 화차는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의 영혼을 태운 채 지옥으로 달려간다는 일본 전설 속 불마차로, 올라타면 내릴 수 없단다. 경제 위기에 몰린 여인이 타인의 삶을 훔..

영화 2012.03.18

하울링

개를 살인 교사에 이용하는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린 시절 읽었던 '바스커빌가의 개'였다. 아더 코난 도일 경이 쓴 셜록 홈즈 시리즈인 이 작품은 지옥의 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했다. 늑대개가 사람을 잇따라 물어죽이는 연쇄살인을 다룬 유하 감독의 '하울링'도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가 사람의 목줄을 물어뜯는다는 설정은 그럴 법 하기에 섬찟하다. 다만 주변에서 늑대개를 본 적이 없기에, 이들을 훈련시켜 살인무기로 쓴다는 설정이 가능한 지 모르겠다. 과학적 진실과 개연성을 떠나 일본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한 소재의 참신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늑대개라는 설정은 여러가지를 상징한다. 오랜 세월 인간과 가까이지낸 가축인 개와..

영화 201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