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조커(4K 블루레이)

팀 버튼이 그린 배트맨 시리즈만 놓고 보면 조커는 배트맨의 원죄 같은 숙적이다. 조커가 아니었다면 배트맨의 부모는 죽지 않았을 것이고 배트맨 또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커의 기원은 곧 배트맨의 기원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팀 버튼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등 숱한 작품들이 조커의 등장을 그렸지만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Joker, 2019년)는 결을 달리 한다. 우선 초점을 배트맨이 아닌 악당 조커에 맞췄다. 그것도 단순 사건 위주의 피상적 전개가 아니라 어떻게 조커가 등장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리적 성찰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배트맨과 조커의 한바탕 액션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예 박쥐 마스크와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배트맨이 등장..

이지라이더 (4K 블루레이)

미국 유명배우 데니스 호퍼가 2010년 5월 29일, 전립선암 합병증으로 숨을 거뒀다. 1936년생으로, 74세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옥의 묵시록' '블루벨벳'의 개성 강한 조역으로 남아 있으나, 그의 생애 최고작은 제작, 감독, 각본, 주역 등 1인 4역을 한 '이지라이더'(Easy Rider, 1969년)이다. 그는 피터 폰다와 함께 만든 반항적인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으며 1960년대 미국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수가 됐다. 이 영화는 오토바이를 타고 떠도는 두 명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때까지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탄탄한 반석을 다진 미국이 과연 건강한 국가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여전히 남성우월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시각이 팽배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 속에 방랑..

007 카지노로얄(4K 블루레이)

제임스 본드가 달라졌다. 21번째 007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 2006년)에 한 마리 들짐승같은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다. 말쑥한 옷차림으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바람둥이 기질, 어떤 싸움에서도 다치는 일 없이 적들을 모두 제압하는 슈퍼맨같은 007은 사라졌다. 또 기존 시리즈의 전매특허였던 황당무계한 비밀무기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바람에 비밀무기를 만들어주던 Q도 사라졌다. 아울러 007의 트레이드마크인 마티니도 마시지 않는다. 플레이보이 겸 슈퍼맨 같은 첩보원과 비밀무기가 빠진 007 시리즈는 온전한 액션물로만 존재한다. 여기 맞춰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은 더 할 수 없이 거칠고 비정하며 폭력적이다. 티모시 달튼을 제외하고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

샤이닝(4K 블루레이)

오래도록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샤이닝'(The Shining, 1980년)은 2004년에 DVD로 나왔다. 언론에서는 금단의 벽이 무너졌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영등위에서 펄쩍 뛸만큼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스티븐 킹(Stephen Edwin King)의 공포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될 수 없었던 이유는 존속살인 때문이다. 아버지가 미쳐서 가족을 죽인다는 내용이 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 어쨌든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샤이닝'은 심리 공포의 걸작이다. 무엇보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의 광기어린 연기가 압권이며 이를 절제된 연출로 소화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솜씨 또한 높이 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블루레이)

증국상 감독이 만든 홍콩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七月與安生, SoulMate, 2017년)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깜짝 놀란 작품이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탄탄한 구성과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이 결합된 수작이다. 누아르 또는 코미디로만 홍콩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히 홍콩 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다. 안니 바오베이의 인터넷 소설 '칠월과 안생'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이승철의 노래가 생각나게 한다.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던 두 여성 칠월(마사순)과 안생(주동우)은 자라면서 점점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안생과 모범생으로 곧게 자란 칠월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