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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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얼라이브

울프팩 2011. 10. 15. 16:00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데드 얼라이브'(Dead Alive, 1992년)는 공포 코미디물이다.
팔 다리가 뜯겨 나가고 사방에 피를 뿌리는 전형적인 고어물이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과장하다보니 웃음이 나온다.

잭슨 감독은 아예 웃음을 유발하려고 작정한 듯, 신체를 가지고 조롱에 가까운 장난을 친다.
잘린 목을 제껴 놓고 음식을 퍼붓거나, 떨어져 나간 팔 다리를 무기처럼 휘두른다.

이런 장면들에서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기존 영화에 대한 비틀기, 즉 패러디적인 요소가 섞여 있기 때문.
티모시 발미가 연기한 주인공의 복장과 어머니에 대한 집착 등은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를 빼다 박았고, 주인공의 좌충우돌 활약은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신부의 괴상한 죽음은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엑소시스트'를 연상케 한다.

어찌보면 그런 것들이 잭슨 감독이 새롭게 구성한 B급 공포물의 묘미일 수 있다.
대놓고 싸구려 공포물을 만들었지만 그 속에서 미래의 훌륭한 감독의 재능을 드러낸 괜찮은 역작이다.

눈을 찌푸릴 만큼 잔혹하고 역겨운 장면들 때문에 그동안 국내 극장 개봉은 물론이고 DVD 출시가 쉽지 않아 주로 미국판 DVD 타이틀을 갖고 있었는데, 얼마전 국내에도 출시됐다.
미국판과 대조해 보지를 않아 무삭제인 지 알 수 없지만, 과거 미국판에서 봤던 어지간한 장면들은 대부분 나오는 것으로 봐서 잘린 장면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엉망인 화질이다.
타이틀에는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으로 표시되지만 레터박스 포맷이다.

윤곽선은 형편없이 뭉개지며 색도 번지고, 암부 디테일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전혀 없다.

<파워DVD로 순간 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영화는 수마트라 섬에서 잡혀온 괴상한 원숭이에서 시작된다. 원숭이 인형도 싸구려 티가 난다.
'엑소시스트'를 연상케 하는 신부의 죽음.
사람의 신체를 토막내고 믹서기에 가는 등 온갖 잔혹한 장면들이 넘쳐난다.
'이블 데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주인공의 활약.
기본적인 틀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영화다. 끊임없이 몰려들어 물어 뜯는 좀비들은 결국 탐욕의 화신이다. 모든 좀비물이 그렇듯 좀비는 자본주의 사회의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소비문화를 상징한다.
주인공을 맡은 티모시 발미와 다이아나 페날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