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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DVD / 블루레이

속 황야의 무법자(블루레이)

울프팩 2010. 7. 1. 17:53

'속 황야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1965년)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를 유명하게 만든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의 속편이다.
국내 극장 개봉 제목은 '석양의 건맨'으로 비디오 출시 제목과 다르다.

이 작품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등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만든 무법자 3부작 시리즈 중의 하나로 스파게티 웨스턴의 전범을 이룬 명작이다.
내용은 현상범을 쫓는 두 명의 바운티 헌터가 은행강도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살인과 학살을 신사도와 정의로 가장한 할리우드 서부극과 달리 스파게티 웨스턴은 돈을 좇아 몰려든 사내들의 혈투극인 서부 정복사를 냉철하게 다룬 점이 특징이다.
그만큼 스파게티 웨스턴은 미국식 서부극에 비해 냉소적이며 폭력적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작품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특유의 영상 스타일이 빛을 발한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교차 편집으로 대결 장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영상과 잘 어울리는 음악으로 극의 분위기를 돋웠다.

특히 엔니오 모리코네는 이 작품에서 말굽 모양의 금속에 얇은 쇠를 붙여 이를 입에 끼운 뒤 쇠를 퉁겨서 소리를 내는 주스 하프라는 악기를 사용해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 냈다.
더불어 전편에 이어 주인공을 연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악역 전문 배우인 리 반 클리프(Lee Van Cleef)가 모처럼 좋은 역할로 나와 매력을 발휘했다.

레오네 감독의 작품 세계는 물론이고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인 이 작품을 블루레이 타이틀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샤프니스가 뛰어나다.


하지만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치지 않아 플리커링과 미세한 지글거림, 세로줄 등 필름 노이즈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도 DVD 타이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질이 좋다.

음향은 DTS HD 5.1 채널을 지원, 엔니오 모리코네의 멋들어진 음악을 서라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부록으로 영화사가 크리스토퍼 프레일링 경의 음성해설과 각종 자료, 인터뷰 등이 들어 있는데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케이스에 쓰여있는 한글 메뉴 제공은 말 그대로 메뉴만 한글화 했다는 뜻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의 주인공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리프.
'시민 케인'처럼 극단적 로우 앵글로 결투 시 거리감과 긴장감을 강화했다.
이 작품에 자주 보이는 앵글. 건맨의 어깨너머나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기 직전 손 뒤에서 화면을 잡아 관객이 프레임 안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담배를 못 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시거를 꼬나 문채 망토를 두르고 속사를 하는 총잡이 역을 맡아 당시 무명배우에서 스타가 됐다.
좌파였던 레오네 감독은 미국 서부극에 대해 냉소적이다. 탐욕으로 점철된 미국 서부 정복사를 자본주의의 추악한 단면으로 봤기 때문. 그래서 악당(지안 마리아 볼론테)이 마리화나를 피우며 여인을 겁탈하는 부분에 사이키델릭 한 음악과 편집을 사용했다.
레오네 감독은 밥 로버트슨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만든 이 작품의 전편 '황야의 무법자'로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곱사등이 악당을 연기한 개성 만점의 이 배우가 바로 '아귀레, 신의 분노'에 주연을 맡았던 클라우스 킨스키다.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아버지.
가늘게 뜬 눈과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리 반 클리프는 오른손 일부 손가락 마디가 없다. 그는 이 작품 이전에 '황야의 결투' 'OK 목장의 결투' 등에서 악역을 주로 했고 이 작품 이후 개봉한 '석양의 무법자'에서 다시 악역으로 돌아갔다.
원래 리 반 클리프가 맡은 배역은 헨리 폰다, 찰스 브론슨, 리 마빈 등 쟁쟁한 배우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에는 미국 서부가 나오지 않는다. 야외 장면은 모두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알메리아에서 촬영. 세트 장면은 무솔리니가 만든 이탈리아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이 작품은 영상과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이 기가 막혔다. 영상과 절묘하게 어우러진 애조 띤 오르골 소리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배우 이상의 몫을 해냈다.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장소에서 세 사람이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고 서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막판 결투 장면. '석양의 무법자'에서도 유사한 구도를 볼 수 있다.
레오네 감독의 특징인 극단적 클로즈업은 '석양의 무법자'를 거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서 절정을 이룬다.
세상의 정의란 결국 돈인가. 현상범 시체를 마차에 가득 싣고 떠나는 무법자의 뒷모습이 서부극의 실체를 조소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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