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스토커 (블루레이)

울프팩 2013. 7. 13. 11:17
박찬욱 감독이 미국 폭스서치라이트 의뢰로 해외에서 처음 만든 '스토커'(Stoker, 2013년)는 관계에서 오는 긴장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숨겨진 미묘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여인은 시동생과 은밀한 접촉을 하며, 시동생은 조카 딸과 야릇한 감정을 나눈다.
이토록 복잡 미묘한 세 사람이 한 집에 살면서 빚어내는 긴장과 갈등이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박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은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깔끔한 편집으로 풀어냈다.
카메라는 '박쥐'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등 박 감독의 전작을 찍은 정정훈 촬영 감독이 잡았다.

그만큼 박 감독과 호흡이 잘 맞아 이번 작품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유려한 카메라 움직임을 선보였다.
때로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낮은 앵글로 인물들을 올려다보거나 박쥐처럼 높은 앵글로 내려다보며 끊임없이 긴장을 조성한 점이 돋보인다.

편집도 마찬가지.
자연스럽게 빗어내리던 니컬 키드먼의 머리카락이 풀 숲으로 변하는 과정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환상적인 매치 컷을 선보인다.

여기에 긴장을 불어 넣는 또 한 축은 바로 음악이다.
클린트 맨셀이 담당한 음악이나 낸시 시나트라의 'Summer Wine' 삽입곡도 좋았지만, 딸을 연기한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삼촌 찰리를 연기한 매튜 구드가 끌어안 듯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중주는 더 할 수 없이 에로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만 이야기의 모호성은 이 영화가 넘어야 할 벽이다.
미국 TV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의 스콧필드로 유명한 배우 웬트워스 밀러가 쓴 대본은 여러 사람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다루다 보니 이야기가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삼촌이 과거를 숨기기 위해 늙은 여인들과 벌이는 이야기 등이 애매모호하게 표현됐다.
박 감독은 "많은 상태가 의문으로 남아 관객이 해답을 구하도록 한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연출을 맡았다"고 했지만, 그만큼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 감독의 연출 또한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박쥐' 이후 답답하게 바뀐 느낌이다.
이번 작품도 내쉬빌 저택 주변으로 공간을 한정하다 보니 마찬가지로 답답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여성을 중심으로 한 여성 영화라는 점도 연출 스타일에 영향을 미친 듯 싶다.
그런 점에서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등에서 보여준 박 감독 특유의 거친 연출 스타일이 100% 발휘된 느낌이 들지 않아 아쉽다.

실제로 박 감독은 "머리 속에서 가편집을 해놓고 거기 맞춰 영화를 찍는데, 이 작품은 시간이 너무 촉박해 구상대로 찍지 못한 부분이 제일 많은 영화"라고 밝혔다.

1080p 풀HD의 2.40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 답게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미술에 신경 쓴 색상이 선명하게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특히 바람 소리와 와인 삼키는 소리 등 작은 소리까지 섬세하게 재현했다.

부록으로 삭제장면, 제작과정, 갤러리, 프리미어 영상, 포스터 제작과정 등이 HD 영상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1920년대에 지은 집을 내쉬빌에서 찾아서 촬영. 원래 박 감독은 성에 갇힌 왕비와 공주의 느낌을 주고 싶어서 영화에 나온 집보다 10배 이상 큰 고딕 양식의 석조성을 원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이블린 스토커를 연기한 니컬 키드먼. 원래 조디 포스터가 이블린 역으로 캐스팅 됐으나 포기하면서 키드먼이 맡게 됐다. 공교롭게 두 사럄은 '패닉룸'에서도 비슷한 전력이 있다. 키드먼은 '패닉룸'에서 엄마 역으로 섭외됐으나 포기하는 바람에 조디 포스터가 그 역을 대신했다.
18세 소녀인 인디아 스토커 역은 호주 출신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가 연기. 그는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인에어' 등에서 주연을 했다. 9세때부터 발레를 배운 그는 원래 발레리나를 꿈꿨으나 14세때 부상을 당해 연기로 돌아섰다. 생일 때마다 신발을 선물하는 내용은 박 감독의 아이디어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이 작품에서 공포물 '캐리'의 주인공 씨시 스페이섹 같은 느낌을 준다. 미아도 씨시의 팬이다.
삼촌과 인디아가 함께 연주하는 곡은 필립 글래스의 '네 개의 손을 위한 연주곡'. 글래스는 잘 아는 피아니스트 부부가 연주 중 남편이 아내를 양팔로 안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기억을 떠올리며 작곡했다. 이 얘기를 들은 박 감독은 당장 연주 과정이 섹스와 연애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각본을 고쳤다.
삼촌 찰리 스토커 역은 콜린 퍼스, 제임스 프랑코, 조엘 에드거톤, 마이클 패스빈더가 물망에 올랐다. 영화를 보면서 제임스 프랑코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후보에 있었다. 이 중에서 콜린 퍼스가 처음에 섭외됐으나 포기하면서 매튜 구드에게 넘어갔다.
자연스럽게 흘러 내리는 니컬 키드먼의 머리카락이 풀 숲으로 바뀌는 장면에 나온 풀들은 한국의 시각효과팀이 모두 심었다.
웬트워스 밀러는 8년 동안 대본을 썼다. 그는 배우가 쓴 각본을 신뢰하지 않는 할리우드 풍토 때문에 테드 폴크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다. 가명은 기르던 개 이름과 자신이 좋아하는 이름 테드를 합쳐서 만들었다.
웬트워스 밀러는 인터뷰에서 찰리 삼촌 역할로 매튜 구드를 떠올리며 대본을 썼다고 밝혔다.
인디아 역으로 캐리 멀리건, 크리스틴 스튜어트, 루니 마라, 에밀리 브라우닝, 엠마 로버츠, 애쉴리 그린, 벨라 헤스콧 등이 물망에 올랐다. 처음에는 캐리 멀리건을 섭외했으나 그가 포기하면서 미아가 맡게 됐다. 미아는 가발과 렌즈를 사용해 머리와 눈 색깔을 삼촌 역을 한 매튜 구드에 맞춰 바꿨다.
언뜻보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의혹의 그림자'(http://wolfpack.tistory.com/entry/의혹의-그림자)와 설정이 닮았다. 실제로 대본을 쓴 웬트워스 밀러는 '의혹의 그림자'를 너무 좋아해 오마주로 이 작품을 썼다. 삼촌 이름도 '의혹의 그림자'에 나오는 삼촌과 같은 찰리다. 그러나 박 감독은 오마주에 관심이 없어서 삼촌 이름을 자니로 바꾸려고 했으나 찰리가 어감이 더 좋다는 제작진 의견을 따랐다.
미아 바시코브스카는 이 작품을 위해 3개월 동안 피아노를 배웠다. 박 감독의 연출은 공동 제작자인 정원조씨가 옆에서 통역을 해서 도왔다. 제작에는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형제도 참여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스토커 : 블루레이
박찬욱 감독/니콜 키드먼 출연/Matthew Goode 출연/Mia Wasikowska 출연
스토커
박찬욱 감독/니콜 키드먼 출연/Matthew Goode 출연/Mia Wasikowska 출연
예스24 | 애드온2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큐어  (0) 2013.07.28
울프스 레인  (4) 2013.07.23
헨젤과 그레텔 마녀사냥꾼 (블루레이)  (2) 2013.07.09
여우계단 - 여고괴담 3  (6) 2013.06.10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  (0) 2013.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