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채플린은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했지만 제작자로서도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1927년 '재즈 싱어'와 192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유성영화 바람이 몰아쳤을 때 그는 유독 무성영화를 고집했다.
채플린이 무성영화를 고집한 이유는 한가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팬터마임에 능한 배우였고 롱 테이크를 적극 활용하는 등 독자적인 테크닉을 갖고 있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는 유성영화가 유행해도 자신이 만든 무성영화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시티 라이트'(City Lights, 1931년)다.
떠돌이 부랑자가 꽃을 파는 아름다운 맹인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그는 부랑자의 맹목적 헌신과 이를 통해 맹인 소녀가 사랑을 찾는 과정을 순전히 연기 만으로 아름답게 묘사했다.
물론 유성영화를 의식해서 그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그가 작곡한 음악을 끼워 넣었고, 채플린의 뱃 속에 들어간 호각 소리 등 효과음을 삽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급자들은 유성영화 시대에 무성영화는 실패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여전히 웃음 보증 수표인 채플린 카드가 통한 셈이다.
실제로 부랑자의 헌신적인 사랑이 감동을 주는 가운데 술 취한 백만장자와 부랑아가 벌이는 소동이나 권투시합 장면 등은 채플린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반짝이며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권투시합이나 쇼윈도를 구경하며 뒷걸음치는 장면에 나오는 절묘한 타이밍의 웃음코드는 압권이다.
그는 이 작품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돋보이는 경영자적 감각을 선보였다.
실례로, 그는 이 작품 제작중이던 1929년에 미국 주식이 폭락하는 대공황을 맞았는데 직전에 갖고 있던 주식과 채권을 몽땅 팔아 현금화하면서 위기를 피해갔다.
독서를 열심히 했던 그는 당시 C.H. 더글라스가 쓴 [사회신용론]을 읽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이윤이 임금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며, 실업이 늘면 이윤 손실이 발생해 자본 감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의 실업률은 1,400만명에 이르렀다.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어도 신문 등 매스컴을 통해 꾸준히 현실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면 책의 내용을 현실과 결부시키기 어려운데, 그런 점에서 보면 채플린은 분석능력과 현실 감각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마케팅 감각도 뛰어났다.
이 작품 개봉 당시 유성영화에만 관심이 쏠려 극장을 잡지 못해 겨우 1개 극장에서만 개봉했는데, 채플린은 직접 뉴욕 일간지에 반면짜리 영화 광고를 싣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그와 동료들이 공동설립한 유니버셜영화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장 입장료를 올렸다.
당시 1등석 85센트, 일반석 35센트였는데 이를 각각 1달러와 50센트로 인상했다.
채플린은 유성영화 시대에 오히려 품격있는 무성영화이니 비싸게 받을 만 하고, 그래도 내 영화를 볼 사람은 보러 온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의 이 같은 결정은 모두 효과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채플린의 예술적 감각과 제작자적 능력을 모두 돋보이게 한 영화다.
새삼 한 시대의 거장이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워너에서 채플린 콜렉션으로 내놓은 이 타이틀은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본편은 4 대 3 풀스크린의 흑백 영상과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워낙 오래된 작품인 만큼 화질은 떨어지지만 감상에 큰 지장은 없다.
제작과정, 채플린의 발리 방문, 아웃테이크, 처칠 수상과의 만남 영상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수록됐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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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채플린은 전작들처럼 각본을 쓰고 감독, 주연에 음악 작곡까지 맡았다.
채플린은 유성영화가 전세계를 휩쓸 때 마임 연기에 대한 신념을 갖고 이 작품을 내놓았다.
채플린은 미국 뉴욕 개봉시 아인슈타인과 함께 이 작품을 봤다. 채플린은 유니버셜영화사의 제작자였던 칼렘믈의 소개로 1926년 아인슈타인을 처음 만나 친분을 유지했다.
여인의 누드상을 보며 앞뒷걸음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는 이 장면은 타이밍을 이용해 웃음을 유발한 채플린의 장기가 돋보였다.
채플린은 맹인 소녀 역에 당시 20세였던 버지니아 세릴을 기용했다. 채플린은 맹인 소녀 역할로 여러 사람을 테스트해봤으나 만족하지 못해 포기하고 있던 중 예전에 한 번 만났던 세릴를 찾아 맡겼는데 의외로 잘해내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버지니아 세릴은 채플린이 좋아하지 않은 유일한 여배우였다. 세릴의 연기가 서툴렀기 때문. 그 바람에 부랑자가 맹인 소녀를 처음 만나는 약 70초 가량의 장면을 5일 걸려 찍었다.
영화 '재즈 싱어' 이후 MGM에서 '브로드웨이 멜로디'라는 뮤지컬 영화를 유성영화로 개봉하면서 크게 성공했다. '브로드웨이 멜로디'는 유성영화의 붐을 일으킨 계기가 됐다.
원래 이 작품은 채플린이 서커스 하던 중 사고로 시력을 잃은 광대이야기에서 착안해 구상했다. 나중에 채플린은 광대를 꽃파는 소녀로 바꿨다.
채플린은 배우들이 유성영화에 길들여져 마임 연기를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배우들이 연기보다 대사의 집중했기 때문. 채플린은 "결국 그들은 연기의 타이밍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권투 경기 장면에서 보여준 채플린의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는 압권이다.
채플린과 세릴은 촬영 내내 관계가 좋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세릴은 채플린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찍 퇴근하겠다며 졸라, 결국 채플린이 촬영 후반 그를 해고했다. 채플린은 전작 '황금광 시대'에 출연한 조지아 해일을 기용해 테스트해봤으나 잘 맞지 않아 다시 세릴을 썼다.
채플린은 이 작품의 음악을 우아하고 로맨틱하게 작곡했다. 그는 음악과 화면이 더 웃기려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음악을 원했다. 그는 영국 작가 윌리엄 헤이즐릿의 주장처럼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하지 못하는 예술작품은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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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 라임라이트 (2d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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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 박스세트 1 (8 disc)
찰리 채플린 감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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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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