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알렉산더

울프팩 2005. 6. 18. 23:45

올리버 스톤(Oliver Stone) 감독은 항상 흔들리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플래툰'의 크리스(찰리 쉰), '닉슨'의 닉슨 대통령, '도어즈'의 짐 모리슨, '올리버 스톤의 킬러'의 미키(우디 해럴슨) 등 그가 다룬 인물들은 모두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정체성을 찾아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어느 한 곳에 발을 딛지 못하고 선과 악을 오가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이 누구나 갖고 있는 인간의 진솔한 모습일 수 있다.

그래서 스톤 감독은 어느 한쪽의 시각에 치우쳐 답을 내리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만큼 그가 다루는 인물의 내면은 풍성하다.

대신 관객들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그의 작품에는 항상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알렉산더'(Alexander, 2004년)도 마찬가지다.
스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알렉산더를 위대한 군주와 개인적 욕심 사이에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로 묘사했다.

부왕 필립 2세(발 킬머 Val Kilmer)의 암살로 20세 때 마케도니아 왕이 된 알렉산더(콜린 파렐 Colin Farrell)는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기 위해 페르시아와 무리한 전쟁을 벌인다.
그는 가우가멜라 전투에서 무적으로 꼽히는 다리우스왕의 전차 군대를 격파하고 장장 8년 동안 동방 원정을 한다.

누구도 이룩한 적 없는 대제국을 건설했으나 알렉산더의 욕심은 그칠 줄 몰라서 부하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인도 깊숙이 들어갔다가 독살로 의심되는 열병에 걸려 33세 나이로 숨을 거둔다.
스톤 감독은 해설자 프톨레미(앤서니 홉킨스 Anthony Hopkins)의 입을 빌려 알렉산더의 생애를 3시간 동안 연대기처럼 나열한다.

드넓은 사막에서 수 만 명이 엉키는 가우가멜라 전투와 코끼리 떼를 향해 말을 타고 돌진하는 알렉산더의 위용을 드러낸 인도 전투 등 현란한 볼거리가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특히 6개월 동안 7개국을 돌며 촬영한 장엄한 풍광과 산에 세운 발크 요새, 거대한 바빌론 성문 등은 숨 막힐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여기서 그쳤다면 이 영화는 '트로이' '글래디에이터'처럼 잘 만든 오락거리의 자리를 굳혔을 것이다.
그러나 스톤 감독은 변함없이 그만의 인물 평가 돋보기를 들이대 관객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특히 스톤 감독은 그리스인 알렉산더의 머리를 금발로 물들이고 백인으로 알려진 왕비 록산느를 흑인으로 묘사해 스스로 논란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친구 헤파이션(자레드 레토 Jared Leto)과 동성애, 끊임없이 시달리는 부친 콤플렉스 등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 모든 것들이 논리 정연하게 묘사되지 않아 길게 늘어지며 지루하고 복잡한 영화가 돼버렸다.
아마도 스톤 감독은 그만의 인물 묘사로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화려하고 장엄한 볼거리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 듯싶다.

결국 스톤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알렉산더는 관객마저 어지럽게 흔들고 말았다.
그 바람에 1억 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인데도 실망스러운 작품이 돼버렸다.

그나마 혼란스러운 머리를 틈틈이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반젤리스(Vangelis)의 서정적 음악 덕분이다.
'1492 콜럼버스' 이후 오랜만에 영화 음악으로 돌아온 그리스 작곡가 반젤리스는 특유의 감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보듬는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영상보다 음악이 더 반갑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은 평범하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가라앉아 있고 중경과 원경의 샤프니스가 떨어진다.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대작답게 요란한 서라운드 효과를 자랑한다.

가우가멜라 전투의 말발굽 소리, 인도 전투의 코끼리 군대 돌격 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박력 넘친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플래시백을 사용한 도입부. 영화는 알렉산더의 측근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앤소니 홉킨스)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논란이 된 두 인물. 그리스인인데도 금발로 등장하는 알렉산더 역의 콜린 파렐과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알렉산더의 어머니 역할을 한 앤젤리나 졸리.
헬기까지 동원해 모로코 사막에서 촬영한 가우가멜라 전투는 박진감 넘친다. 이 장면은 실제 촬영분에 프랑스의 BUF사에서 만든 컴퓨터 그래픽을 덧씌운 것.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한 고대 바빌론시. 지금은 사라진 고대 7대 불가사의였던 바빌론의 공중정원까지 재현했다.
알렉산더 연구가인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로빈 레인 폭스 교수에 따르면 알렉산더는 양성애자였다.
인도 코끼리군단과 마케도니아 군대가 맞부딪친 인도 전투도 박진감 넘친다. 인도 전투장면은 태국 식물원에서 촬영.
알렉산더의 패배. 그는 인도전쟁 후 기나긴 정복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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