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서,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가 돼버렸다는 자각만큼 사람을 절망시키는 것은 없다.
사고로 장님이 된 퇴역한 육군 중령은 절망의 끝을 봤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자존심 하나로 버텼지만 그마저도 종이장처럼 구겨지자 자살을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그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 간병인 역할을 하게 된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다.
집안이 어려운 고등학생도 다를 바 없다.
친구의 못된 장난을 밀고하지 않은 탓에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날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게 절망의 끝에 선 두 사람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자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된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년)에서 인간 심리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절망이라는 가장 어두운 부분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메스처럼 들이 댄 그의 카메라는 집요하면서도 고독하다.
가족 없이 홀로 남은 중년 사내의 고독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러면서도 감정 과잉없이 절제된 연출로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는다.
연출도 연출이지만 멀쩡하게 두 눈뜨고 장님 행세를 한 알 파치노의 연기가 기막혔다.
덕분에 그는 일곱 번의 도전 끝에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여인과 추는 탱고 장면, 친구인 고등학생을 구하기 위해 사자후를 토하는 장면은 남성의 멋을 제대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어려운 경제 속에 실업자가 늘어나는 요즘,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이 돼주는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떨어진다.
초반에 지글거림이 보이고 윤곽선도 두텁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하지 않은 탓에 플리커링도 간간히 나타난다.
DTS-HD 5.1 채널의 음향은 전방에 집중된 편.
부록은 없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찰리는 교장을 상대로 못된 장난을 친 범인을 알고 있지만 비겁한 밀고자가 될 수 없어 입을 다문다. 그 바람에 대학 진학의 기회를 날려 버릴 위기에 처한다.
원작은 조반니 아르피노의 동명 소설이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이탈리아의 디노 리시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고, 이를 본 마틴 브레스트 감독은 주인공 캐릭터를 인용해 이 작품을 구상했다.
연기파 배우들이 꽤 등장한다. 못된 악동을 연기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 바로 낯모를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이다. 알 파치노의 매력이 제대로 발산됐다.
그만큼 토마스 뉴먼이 담당한 음악도 좋았다. 탱고 장면에 쓰인 음악은 'Por Una Cabeza'이다.
장님이 운전하는 페라리가 뉴욕을 질주하는 장면은 아찔하다.
차분하면서도 안정감있는 카메라 구도가 인상적이다. 촬영은 도날드 도린의 솜씨.
자신의 불이익을 무릅쓰고 끝까지 입을 다무는 어린 친구의 용기있는 결단을 칭찬하며 이를 벌주려는 학교장을 질타하는 알 파치노의 사자후 연기는 통쾌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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