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片隅に, 2016년)는 순정 만화 같은 동글동글한 캐릭터와 옅은 색감의 수채화와 색연필 그림 같은 영상 때문에 무척 평화롭고 안온해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 않다.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 히로시마에서 쿠레로 시집간 여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올곳이 겪는 내용이다.
여인의 시집이 있는 쿠레는 구레 군항으로 알려진 일본 최대의 군항이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함대의 모항이었고 진주만을 기습한 각종 항공모함부터 야마도, 무사시 등 일본 해군의 자존심 같은 전함들이 모두 이곳에서 발진했다.
그만큼 미군의 표적이 된 것은 당연한 일.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B-29로 대표되는 미군의 집중적인 폭격을 받아 도시가 초토화됐다.
대부분 목재로 만든 주택가는 소이탄 폭격으로 모두 불타버리고 항구는 침몰한 군함의 묘지가 됐다.
애니메이션은 이 같은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한 신관이 장착된 폭탄 때문에 아이와 주인공의 오른손이 날아가는 장면은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대신 상징적으로 그렸지만 잔혹한 풍경이 눈앞에 선연하게 떠오른다.
배급제의 시행으로 굶주리고 방공호에서 공포에 떠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처참한 비극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한 파스텔톤의 색감과 부드러운 수채화풍 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참상은 강렬한 채색과 뚜렷한 윤곽선의 그림보다 오히려 더 처참하게 보인다.
한마디로 역설의 강조가 이 작품에서는 두드러진 셈이다.
비극은 결국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절정을 이룬다.
피폭 후 쑥대밭이 된 도시의 전경과 앉은 채로 아이 손을 부여잡은채 썩어 들어가는 엄마의 시신은 그 어떤 웅변보다도 전쟁의 비극을 강조한 메시지로 강렬하게 다가온다.
물론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침략으로 아픔을 겪은 나라들을 도외시한 채 일본 국민의 비극만 부각한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많은 비판이 따랐다.
'반딧불의 묘'와 마찬가지로 희생자 코스프레라는 지적이다.
작품뿐 아니라 실제로도 일본의 통렬한 반성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일리 있는 지적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침략의 원죄를 참회하는 부분이 나온다고 하는데 정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런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작품이 갖고 있는 예술성은 별개의 문제다.
내용의 문제와 하자는 있을 지언정 전쟁의 비극을 고스란히 드러내 반전 메시지를 강조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더불어 후미요 코노의 원작 만화를 사보고 싶게 만드는 부드러운 윤곽선의 캐릭터와 정교하고 사실적인 그림 또한 칭찬할 만한 좋은 작품이다.
1080p 풀 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수채화처럼 투명한 색감의 영상을 잡티 하나 없는 화질로 깔끔하게 잘 살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을 활용해 적절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캐릭터 디자인과 사실적인 나카지마 혼마치 마을 풍경을 보여주는 영상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미네이터2 (4K 블루레이) (34) | 2019.05.08 |
---|---|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4K 블루레이) (0) | 2019.05.06 |
해무 (블루레이) (0) | 2019.05.01 |
인어공주 (4K 블루레이) (10) | 2019.04.29 |
맘마미아2 (4K 블루레이) (2) | 2019.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