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홍콩 - 구룡 & 침사추이

울프팩 2012. 2. 10. 12:19

홍콩 영화를 보면 늘 궁금했던 한 가지가 있다.
홍콩 사람들에게도 소속감이 있을까.

홍콩은 중국의 섬 같은 존재다.
오랜 세월 영국의 조차지로 식민지 아닌 식민지 생활을 하며 중국과 다른 삶을 살았고, 중국에 반환된 지금도 본토와는 또다른 문화를 지닌 낯선 타향 같은 곳이다.

영국도 아니요, 중국도 아닌 무국적자처럼 지낸 홍콩 사람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대항전에서 과연 누구를 응원할 지, 아니 과연 우리가 맹목적으로 느끼는 최소한의 애국심이라도 있을 지 궁금했다.
그래서 홍콩 영화들은 늘 한 곳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부평초처럼 부유하는 개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월6일부터 사흘 동안 찾은 이번 홍콩여행에서도 그런 것을 여실히 느꼈다.
1999년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 찾았지만 여전히 중국인 못지 않게 거리에 넘쳐나는 서양인들, 중국어 만큼이나 많이 들리는 영어들을 보고 들으며 홍콩이란 도시의 기이함이 재미있으면서도 왠지 허전해 보였다.

홍콩 란타우섬에 있는 챕랍콕 공항에 내리지마자 고속전철을 타면 20분 만에 도착하는 곳이 바료 구룡역이다.
딱 두 정거장째인 구룡역에 내리면 역과 붙어 있는 엄청나게 큰 엘리먼츠 쇼핑몰 한 켠에 숙소였던 W호텔이 리츠칼튼과 나란히 서 있다.

W호텔은 홍콩 여기저기를 다니기 참 좋다.
호텔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을 타면 침사추이까지 10여분 남짓 걸리고, 그곳에서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

그게 귀찮다면 호텔 지하로 내려와 구룡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2분여 정도 거리인 한 정거장만 가면 홍콩섬의 국제금융센터(IFC)다.
침사추이에서 호텔로 돌아올 때는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도 되고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인 20홍콩달러를 약간 웃도는 돈이 나오니 부담이 없다.

엘리먼츠몰에는 각종 식당과 고급 명품점들이 즐비하고 W호텔 바로 옆에 HMV가 있어서 DVD나 블루레이, 음반을 쇼핑하기도 좋다.
구룡은 영화의 단골 무대가 된 곳.

왕가위의 최고 영화 '열혈남아'의 무대가 된 몽콕을 비롯해 '무간도' '타락천사' 등을 구룡 일대에서 찍었다.
침사추이는 이 같은 영화적 전통을 살려 할리우드를 본 딴 유명 배우들의 손도장을 모아 놓은 스타의 거리가 있고, 백만불짜리 야경으로 꼽히는 '빛의 교향악'(Symphony of Lights)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홍콩의 낡은 아파트들과 개미지옥으로 묘사됐던 구룡성채터가 버티고 있다.
그만큼 구룡은 홍콩의 명암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숙소였던 홍콩 W호텔.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시설이 최신식이다. 객실도 넓고 깨끗하다. 물론 침사추이 해변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 만큼 전망이 좋지는 않지만 넓고 쾌적해 이를 상쇄한다. 구룡역과 붙어 있는 엘리먼츠몰 오른쪽 편에 위치한다.
W호텔 76층에 위치한 야외 수영장. 한 켠에 따뜻한 물이 담긴 미니 풀도 있다.
W호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118층 높이의 국제상업센터(ICC) 건물. 이곳 102~118층에 리츠칼튼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아래 보이는 간판은 루이 뷔통 매장 간판.
스타의 거리 시작점. 침사추이 앞 해안가에 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2003년부터 60억원을 들여 2004년에 개장했다.
약 440m 길이의 거리에 유명 홍콩배우들의 명판과 손도장, 사인이 들어 있다. 거리 조성 당시 현지 활동한 배우들은 손도장이 있으나 이소룡, 장국영처럼 고인이 됐거나 주윤발처럼 홍콩을 떠난 경우 명패만 있고 손도장이 없다. 사진은 홍콩 최고의 스타 이소룡의 명패.
유덕화의 명패. 이연걸 성룡 홍금보 양자경 장만옥 등 우리가 알만한 배우들을 비롯해 왕가위 오우삼 서극 등 유명 감독까지 대부분 명패가 있다.
이소룡은 특별히 동상까지 서 있다. 그만큼 이소룡은 홍콩의 자부심이다. 스타의 거리 군데군데 놓여 있는 버터구이 오징어 판매대에는 한글메뉴까지 있다.
스타의 거리 곳곳에는 홍콩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지만 1970년대 홍콩 무협영화와 1980년대 홍콩 느와르는 아시아를 주름잡았다.
저녁 8시가 되면 스타의 거리에서 빛의 교향악을 볼 수 있다. 빛의 교향악 행사는 건너편 홍콩섬에서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힌 고층 건물들이 거대한 레이저 빔을 쏘아올리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화려한 불빛이 바닷물에 일렁이며 한 편의 그림을 만든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할 수 있다. 밤거리 소일 삼아 보면 좋을 정도.
레이저 쇼가 아니어도 고층 건물들이 있는대로 불을 밝혀 치장한 홍콩의 야경은 그 자체가 볼 만 하다.
침사추이 해안가의 명물인 시계탑. 설이 지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런 지 거리 곳곳에 용 장식물과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스타의 거리에서 시계탑 쪽으로 나와 길을 건너 침사추이 지하철 역으로 걷다보면 오른편에 유명한 청킹맨션, 즉 중경맨션을 볼 수 있다. 바로 왕가위의 영화 '타락천사'의 무대가 된 곳이다.
구룡역에 이어진 엘리먼츠몰에서는 곳곳에 땡땡의 모험 시리즈를 알리는 기념 촬영물이 놓여 있었다. 얼마전 국내에도 개봉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틴틴의 모험' 원작물인 땡땡 시리즈가 마침 중국을 배경으로 나와서 몇 편의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
여러가지 테마를 소재로 몇 가지의 땡땡 시리즈를 알리는 홍보물들. 화려한 원색과 예쁜 캐릭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꽤 인기있었다.
엘리먼츠몰 안에는 아이스링크도 있다. 눈이 오지 않는 홍콩에서 보는 아이스링크는 색달랐다.
워낙 높아 구름이 허리에 걸린 ICC 건물은 괴도 루팡 시리즈에 나오는 기암성이나 영화 '다크나이트'처럼 기괴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번 홍콩 방문길에 구한 아이템들. 록키시리즈 블루레이는 1편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이 들어 있으며, '열혈남아'와 이소룡 시리즈 블루레이는 한글 자막은 없지만 국내에 언제 나올지 몰라 구입했다. '열혈남아'는 과거 DVD로 국내 출시된 골든콜렉션과 같은 판본이어서 북경어트랙을 선택하면 왕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일부는 HMV에서 구입했으며 일부는 IFC몰에 위치한 디스크라는 상점에서 구입. HMV는 마침 일부 타이틀을 30% 싸게 팔고 있었다. HMV는 침사추이 중경맨션 건너편에 가장 큰 매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