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미국 32

허슬러(블루레이)

로렌 스카파리아 감독의 '허슬러'(Hustlers, 2019년)는 대놓고 남자들의 등을 치는 간 큰 여자 사기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제시카 프레슬러 기자가 뉴욕 매거진에 쓴 'The Hustlers of Scores'라는 기사를 토대로 한 만큼 실화다. 라모나(제니퍼 로페즈)와 데스티니(콘스탄스 우)를 주축으로 한 여자 사기단 일당의 수법은 간단하다. 약물과 미모를 이용한 꽃뱀이다. 이들은 돈 많은 월가의 부유한 남성들을 노려 접근한 뒤 마약과 흥분제를 섞은 약물을 술에 타서 먹인다. 남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술집에서 신용카드를 마구 긁은 뒤 술집과 매출을 나누는 수법이다. 여러 명의 여성들과 조를 짜서 사기극을 벌이던 여성들은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남자들을 털었으나 나중에는 호사스러운 삶을 위한..

셰이프 오브 워터(블루레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은 환상이라는 거울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처럼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현실을 다른 모습으로 비친 거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캐릭터들이다. '헬보이'부터 '블레이드 2' '판의 미로'를 거쳐 '셰이프 워터'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기이한 존재들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능력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공포가 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 델 토로는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통해 어느 사회나 안고 있는 이질적인 존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우리의 모습을 거꾸로 비춰 보여줬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

머더리스 브루클린(블루레이)

추리 소설사에 보면 희한한 탐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 어니스트 브라머가 쓴 '브룩벤드 주택의 비극'에 등장하는 맥스 캐러도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고, 앨러리 퀸의 'X의 비극'과 'Y의 비극'에 나오는 명탐정 드루리 레인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클레이튼 로슨의 대표작 '모자에서 튀어나온 죽음'에 나오는 멀리니는 마술사 탐정이며,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에드 맥베인이 커트 캐넌이라는 필명으로 쓴 '주정뱅이 탐정'의 주인공 커트 캐넌(작가와 이름이 같다)은 제목 그대로 술주정꾼이다. 심지어 아일랜드의 JB 오설리번이 쓴 '홀린 죽음'에 등장하는 탐정은 유령이다. 독특하기로 따지면 '머더리스 브루클린'(Motherless Brooklyn, 2019년)의 주인공 라이어넬(에드워드 노튼)도 뒤지지..

와일드 로즈(블루레이)

무명가수가 고생 끝에 성공하는 이야기의 영화는 흔하다. '스타 탄생' '복면달호' '예스터데이' '당신은 내 인생의 빛' '재즈 싱어' '드림걸즈' 등 숱하게 많다. 따라서 같은 스타일의 영화로 차별화하려면 매력 있는 캐릭터와 노래가 중요하다. 어차피 고생 끝에 복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 형식의 내용은 거기서 거기인 만큼 차별화하려면 개성 강한 인물과 쏙 빠져들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노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톰 하퍼 감독의 '와일드 로즈'(Wild Rose, 2018년)는 아쉬운 작품이다.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뻔한 스토리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기 힘든 주인공,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컨트리 뮤직으로 승부를 걸었다. 내용은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미혼모인 로즈(제시 버클리)가 컨트리 가수로 성..

트루스(블루레이)

2004년 미국에서 일어난 래더 게이트는 언론계에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시 미국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인 CBS의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 '60분'은 미국 대통령 관련 중요한 특종을 했다. 당시 재선에 나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과거 군 복무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1960년대 부시 전 대통령이 월남전 파병 징집을 피하기 위해 텍사스주 방위군에 자원해 조종사로 복무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부시가 텍사스에서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군의 혜택을 받아 기지를 벗어나는 등 편하게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1년이나 비어 있는 부시의 미 공군 복무 기록을 제시했다. 기록에 따르면 부시는 기지를 무단이탈해 1972년 8월 1일 자로 조종사 자격을 정지당했다. 선거를 앞두고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