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브래드 피트 27

메가마인드 (블루레이)

악당이 있어야 영웅이 빛나듯, 악당 또한 영웅이 있어야 제 역할이 산다. 그래서 악당이 영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톰 맥그라스 감독의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Megamind, 2010년)는 이처럼 독특한 발상에서 출발했다. 영웅이 사라진 도시에서 무료해진 악당이 돋보이기 위해 영웅을 만든다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초능력을 부여받은 영웅은 정의의 사도 역할을 버리고 악당보다 더 못된 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악당이 영웅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신선한 내용과 재미있는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의 묘미는 기본적인 히어로물의 설정을 뒤집은데 있다. 악당 속에서 선함을 찾고 영웅의 권태와 타락을 다루면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기 때문. 하지만 가족 영화의 한계상..

오션스 트웰브 (블루레이)

11명의 도둑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홀라당 털어가는 유쾌한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 흠뻑 빠졌다면 속편 격인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 2004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를 산산히 부서뜨렸다.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앤디 가르시아, 줄리아 로버츠, 캐서린 제타존스, 뱅상 카셀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무려 12명이나 출연했고, 감독도 전편을 만든 스티븐 소더버그가 다시 맡았는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이유는 한 가지, 제작진이 스타의 후광에 기대 너무 안이했다. 이야기는 카지노를 털린 앤디 가르시아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전편의 주인공들을 협박하면서, 주인공 일행이 돈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저 쟁쟁한 ..

세븐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Seven, 1995년)은 DVD 시절부터 화질이 아주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작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감독이 플래티늄 DVD 시리즈 출시 전에 네거티브 필름을 사용해 디지털로 색 보정을 다시 거쳐 HDTV용으로 리마스터링 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명암대비나 색감은 다른 DVD에 비해 월등 뛰어났지만, DVD가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인 샤프니스의 저하는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샤프니스 문제는 1080p 풀HD가 지원되는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말끔하게 해결됐다. 그만큼 2.40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세븐'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상의 화질을 보여준다. 깔끔한 화질과 확실한 명암대비, 황량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는 색감에 칼 끝처럼 딱 떨어지는 ..

파이트클럽 (블루레이)

데이빗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년)은 일상에 찌든 도시인의 잠재된 분노와 스트레스를 형상화한 독특한 작품이다. 우연히 만난 두 남자가 자신들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만든 격투 단체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파괴 활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개인의 분노가 사회로 표출되면서 급기야 문명 자체를 거부하는 무정부주의적 성격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요소를 담고 있지만 실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포인트는 에드워드 노튼과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두 인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 자체가 이 작품의 미스테리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전부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난해하고 불편한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비판..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탐미적인 폭력을 즐긴다. 유희하듯, 때로는 공들여 도자기를 빚듯이 그가 만들어 내는 폭력은 잔혹하면서 미적인 감각이 있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 속 거친 폭력 장면들은 영화를 위한 액세서리처럼 빛난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도 예외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가상의 미군 특공대가 말 그대로 나치 사냥을 하는 얘기다. 야구방망이로 죽을때까지 사람을 두드려패고, 인디언처럼 시체의 머리가죽을 벗겨낸다. 폭력 앞에서는 나치만 사악하고 잔인한 것이 아니다. 전쟁통에 휩쓸린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미군이나 독일군이나 더 할 수 없이 잔혹하고 위악적이다. 인간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폭력의 맨 얼굴을 솔직하게 바라본 점이 바로 이 영화의 특징이자 타란티노식 미덕이다. 그렇다고 이 ..

영화 2009.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