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앤 해서웨이 13

다크나이트 라이즈(4K 블루레이)

'다크나이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의 배트맨은 유독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해 '다크나이트'를 거쳐 3부작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까지 달려 오면서 배트맨은 피로가 쌓이고 몸도 다쳤다. 그런데도 제대로 듣지 않는 관절을 동여매고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 이유를 배트맨이 폭력과 슈트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얘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3부작을 만들면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중독돼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추구하는 영상과 악은 악대로, 정의는 정의대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길게 늘어놓는 사설이 여전..

비커밍 제인(블루레이)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의 작품을 쓴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 단순히 이상적인 로맨스가 아닌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잘 묘사해 국내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제인 오스틴은 42세에 세상을 뜨기까지 길지 않은 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물론 독신이라고 해서 연애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애 이야기를 잘 쓴 소설가 치고는 의외다. 과연 제인 오스틴의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줄리언 재롤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2007년)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다. 존 스펜스가 2003년에 쓴 소설 '제인 오스틴'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사실과 작가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블루레이)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2010년)는 그동안 봤던 앨리스와 많이 다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원작자인 루이스 캐럴이 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 등 두 편의 이야기를 합쳐서 팀 버튼 식 해석을 더했다. 팀 버튼식 해석이라면 원작 속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비틀기다. 여기에 잿빛 배경이 떠오르는 우울한 서정을 가미한다. 이 작품은 이 같은 팀 버튼의 해석이 적용된 인물들과 세계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우선 주인공인 앨리스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약혼을 앞둔 19세의 처녀다. 앨리스는 원작처럼 엉뚱한 세상으로 굴러 떨어지지만 그곳은 원작의 이상한 나라인 원더랜드가 아니라 땅 밑 세상인 언더랜드다...

레미제라블 (블루레이)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갈수록 진화한다. 처음의 출발은 컨셉트 앨범이었다. 미셀 쇤베르크가 곡을 쓰고 알랑 부브릴이 가사를 쓴 컨셉트 앨범을 토대로 뮤지컬을 만들어 1980년 파리에서 공연을 했다. 3개월 가량 이어진 공연은 인기를 끌었지만 전세계에 알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컨셉트 앨범이 유명 뮤지컬 프로듀서인 카메론 매킨토시에게 넘어가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1985년 런던 초연에서 '레미제라블'의 상징이 된 회전무대와 조명 등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뮤지컬로 탈바꿈시켰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나 톰 후퍼 감독이 만든 영화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2년)은 더 한층 진일보했다. 뮤지컬에서 보여주지 못한 풍성한 영상이 어우러지면서 회전무대로 등장했던 초라..

레미제라블

뮤지컬의 기본은 음악이다. 줄거리와 배우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노래와 음악이 좋아야 끌리기 때문. 그런 점에서 카메론 매킨토시의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호불호가 갈린다. 'On My Own' 'Do You Hear The People Sing' 등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유명한 곡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곡의 앙상블이나 멜로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이나 같은 빅토르 위고의 또다른 작품을 리카르도 꼬치안떼가 뮤지컬로 만든 '파리의 노트르담'에 비하면 전체적인 곡의 구성이 단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톰 후퍼 감독이 만든 뮤지컬 영화는 1980년 파리 초연을 카메론 매킨토시가 1985년에 개작한 뮤지컬과 또 다르다. 음악의 한계를 영상으로 ..

영화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