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DVD 1458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블루레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2013년)은 '일루셔니스트' '벨빌의 세 쌍둥이' 등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든 실뱅 쇼메 감독의 실사 영화다. 내용은 쌍둥이 이모와 함께 살아가는 피아니스트인 주인공이 어느날 신비한 여인인 마담 프루스트를 만나 베일에 쌓여 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다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지극히 회화적이다. 애니메이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답게 구도와 색감 등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인물과 소품의 배치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 미장센은 프레임 하나 하나가 그림이 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씬 뿐만 아니라 소품, 또는 풍경만 찍은 장면도 대각선 구도를 이루거나 마름모꼴로 배치해 공간 속에서 균형을 이룬다. 그래서 영상 속 여백 조차도 공간..

피아니스트 SE

지난 3월31일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을 비판하는 희곡이 미국에서 낭독돼 외신에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다. 그가 쓴 희곡 '왕도에서: 시민의 왕'은 지난 3월27일 미국 뉴욕의 마틴 E 시걸 극장에서 열린 대본 낭독회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내용은 앞을 보지 못하는 돼지 인형 미스 피기가 트럼프의 이상한 행동을 애써 이해하려 드는 이야기다. 작가 옐리네크는 트럼프를 "트위터에 갇혀 과거와 미래를 파괴하는 인물"로 비판했다. 그의 희곡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 소개한 기타 호네거는 "트럼프의 당선은 나치의 등장에 비유할 만큼 충격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호네거는 옐리..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블루레이)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2016년)은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잔혹동화 같은 영화다. 랜섬 릭스의 판타지 소설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이야기를 다뤘다. 손으로 불을 일으키고, 몸 안에서 벌떼를 내보내며 머리 뒤에 커다란 입으로 깨무는 등 특이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마치 '엑스맨'의 돌연변이를 보는 것 같다. 이들을 노리는 또다른 괴집단들은 아이들의 눈을 뽑아 먹으며 일본 애니메이션 '요괴인간'들처럼 사람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팀 버튼 감독은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범상치 않은 볼거리로 채웠다. 기괴한 괴물체, 이들과 벌이는 특이한 싸움과 아찔한 ..

인히어런트 바이스(블루레이)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다. '펀치 드렁크 러브'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그가 만든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인물의 내면에 천착한다. 그 사람이 왜 저런 행동을 했으며 왜 저렇게 변했을까라는 드러나지 않는 면을 강조하다보니 이야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특별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관심을 끌지만 대부분 흥행에서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인히어런트 바이스'(Inherent Vice, 2014년)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미국에서 극장 개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아예 극장 상영을 해보지도 못하고 바로 부가판권 시장인 인터넷TV로 직행했다. 내용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사립탐정 ..

유라이어힙 'The Magician's Birthday Party' 라이브 DVD

고교 시절 카세트테이프로 구입했던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유라이어힙의 앨범 'Look at Yourself'는 커버 디자인이 독특했다. 위쪽에 두 개의 눈을 그려 놓았는데 정작 가운데 아무것도 없이 네모난 공간만 표시돼 있었다.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원판 LP를 보고 감탄했다. 카세트테이프에 비어 있던 중심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은박 재질이 붙어 있었다. 타이틀처럼 LP를 들고 있는 사람을 비춰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 앨범은 당시 FM 라디오에서 틀어준 불후의 명곡 'July Morning'을 우연히 듣고 구입하게 됐다. 당시 키보드와 기타가 현란하게 주고 받는 멜로디에 홀딱 반해서 앨범을 구입한 뒤 이 노래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July Morning'은 곡 제목 때문에 특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