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05 15

엑스파일: 나는 믿고 싶다 (블루레이)

크리스 카터 감독의 '엑스파일 : 나는 믿고 싶다'(The X-Files: I Want To Believe, 2008년)는 2002년 TV 시리즈가 종료된 지 6년 만에 등장한 극장판이다. FBI의 특수부서에서 외계인, 불가사의한 사건 등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을 다루던 멀더와 스컬리는 이제 더 이상 요원이 아니다. 각 자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오랜만에 실종된 FBI 요원을 찾기 위해 다시 만났다. 이 과정에 영적인 신비한 힘을 지닌 신부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괴이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렇다고 외계인처럼 신기한 이야기는 아니고, 거의 엽기사건에 가까운 내용이다. 기존 엑스파일 시리즈를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마치 '양들의 침묵' 같은 내용에 실망할 수 도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엑스파일 ..

우리 선희 (블루레이)

한 여자를 아는 세 남자가 있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한 여자와 친구 이상의 각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들에게 여자는 각각의 상대이지만, 세 남자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아는 '우리의 여자'다. 홍상수 감독은 이 미묘한 차이를 1시간 28분의 시간 안에 재미나게 풀어냈다. '우리 선희'(2013년)는 언제나 그렇듯 홍 감독만의 시각이 돋보이는 독특한 영화다. 모두의 연인이면서 각자의 연인인 선희가 보여주는 입장차를 각각의 남자들이 펼쳐내는 논리 속에 잘 살려냈다. 특히 상대의 따라 바뀌는 남자들의 논리는 진실을 가장한 위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지식인 연하는 먹물들의 허장성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을 허망한 웃음과 황당한 상황으로 잘 다듬어낸 작품이다. 굳이 다듬었다는 표현 자체가 무색할 ..

엑스파일 (극장판, 블루레이)

폭스TV의 '엑스파일' 시리즈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비밀스런 일들을 뜻하는 '엑스파일'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명드라마이다. 이 드라마가 히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음모론이다. 세상에 온갖 불가사의한 일에 각종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설정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시리즈는 1993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시즌9까지 거듭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롭 보우먼 감독이 만든 극장판 영화 '엑스파일-미래와의 전쟁'(1998년)은 이 같은 TV시리즈의 인기를 등에 업고 태어났다. 원래 이 작품은 각본가인 크리스 카터가 시즌5로 TV 시리즈를 종결짓고 극장용 영화로 이어가기 위해 기획했다. 하지만 폭스사에서 TV시리즈가 크게 성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

셜록 시즌3 (블루레이)

시리즈를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BBC TV의 '셜록 시즌3'(Sherlock, 2013년)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약간 생경한 작품이다. 시즌1과 2의 에피소드들이 코난도일경이 쓴 원작 소설 가운데 어떤 작품을 토대로 만들었는 지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시즌 3는 이를 헤아리기 힘들다. 여러 작품이 하나의 에피소드에 복합적으로 녹아있기 때문. '빈 영구차' 에피소드는 '빈 집' '서식스의 뱀파이어' '사랑의 정체' '노우드의 건축업자' 등 다양한 작품들에서 일부를 차용했다. '세사람' 에피소드는 '4인의 서명' '등이 굽은 남자'를, '마지막 서약' 에피소드는 코난도일의 다른 소설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의 모험'과 '노란 얼굴' '입술 뒤틀린 남자' 등이 섞여 있다. 그렇다 보니 원작을 ..

싱글즈 (블루레이)

9자가 들어가는 나이는 왠지 불안하다. 인생의 10년 단위가 저무는 것이지만 1999년처럼 왠지 한 시대가 끝나는 느낌이 든다. 특히 29세라는 나이는 그런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더러 20대와 30대의 언저리에서 마치 파릇파릇한 청춘의 20대를 흘려 보내고 아저씨 아줌마가 되는 30대로 접어드는 공포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오죽했으면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다 나왔을까. 일본의 유명 드라마 작가 카마타 토시오는 바로 이 불안한 '29세'를 놓치지 않았다. 29세의 패션업체 여직원은 생일에 남자에게 채이고, 원형 탈모증이 생겼으며, 꿈꿨던 파리컬렉션에도 후배에게 밀려 가지 못한다. 카마타 토시오는 잔뜩 꿈에 부풀지만 제대로 이뤄지는게 없는 불안한 29세의 격정을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 인기를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