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4/11 12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블루레이)

언젠가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고 압도적인 영상미에 입을 다물지 못한 영화가 있다. 바로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2006년)이다. 짧은 시간에 그토록 놀라운 영상을 선보였으니 본편은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DVD로만 봤다. 지금도 극장 상영을 놓친 것이 참으로 후회된다. 이 영화는 위대한 작가의 예술적 집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걸작이다. 인도계인 타셈 싱은 1981년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를 보고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해 15년 동안 판권 섭외에 매달렸다. 판권을 확보한 뒤 뮤직비디오 촬영 등을 하며 17년 동안 촬영 장소를 물색했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아이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재창조할 수 있는 주인공 소녀를 찾기 위해 7년을 ..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년)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잔혹 스릴러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답고 동화같은 사랑스런 결혼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잔혹하고, 그 안에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핏빛 싸움이 또한 잔혹하다. 영화는 한 여인의 실종에서 시작된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하게 시작된 어느날, 아내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살인을 연상케 하는 흔적 속에서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남편은 뜻밖의 사실들을 발견하다. 여인을 찾기 위해 주변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남편의 놀라운 진실을 찾아낸다. 이렇게 두 가지 숨겨진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강물이 돼서 넘실거리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기본 토대다. '파이트클럽' '세븐' '벤저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

영화 2014.11.14

노스페이스 (블루레이)

예전 스위스 출장 갔을 때 기차를 타고 알프스의 융프라우를 오른 적이 있다. 푸른 초원 위로 멀리 흰 눈을 이고 서 있는 봉우리들이 장관이었던 기억이 난다. 겉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그 봉우리 중에 하나가 무시무시한 아이거북벽, 즉 노스페이스다. 요즘은 아웃도어 브랜드로 더 유명하지만 노스페이스는 여러 봉우리의 북벽 가운데 가장 어렵기로 악명높은 아이거북벽을 가리킨다.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와 함께 알프스의 3대 북벽으로 꼽히는 아이거는 독일어로 괴물을 뜻하는 오거에서 나왔다. 산에 거대한 괴물이 살면서 사람을 잡아먹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실제로 아이거북벽은 1930년대 9명의 등반가가 사망한 이래 지금까지 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2년 8월 10일에도 한국인이 등정 후 내려오다가 사망했다. ..

뉴질랜드 남섬-글레노키

뉴질랜드 남섬의 글레노키(Glenorchy)는 퀸스타운에서 버스로 1시간쯤 달리면 나오는 전원 마을이다. 이 곳은 흔히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곳은 숲이 우거져 '반지의 제왕' '엑스맨' 등 많은 영화들이 촬영지로 선택했다. 현지 관광을 하면 가이드가 영화 속 어떤 장면을 찍었는 지 설명을 해준다. 글레노키를 구경하기 위해 퀸스타운 i-site에서 다트리버탐험을 예약했다. 버스로 1시간쯤 달려가 '반지의 제왕'에서 본 듯한 숲에서 힐링 산책을 30분 가량 하고 시속 80km 속도로 강 위를 질주하는 제트보트를 타고 1시간 가량 강을 오르내리는 여행이다. 글레노키는 정작 그 곳보다 가는 곳의 풍광이 예술이다. 다행히 가는 길이 맑아서 새파란 하늘 아래 연하늘빛으로..

여행 2014.11.09

뉴질랜드 남섬-와나카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이라는 책을 보면 '곡즉전'(曲則全)이라는 글이 있다. '굽이굽이 에돌아가는 길은 더디지만 정다운 길이다. 산천을 벗 삼고 가는 길이다. 생명을 다치게 하지 않는 살림의 질서다.' 뉴질랜드 남섬의 퀸스타운에서 와나카를 가다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와나카는 퀸스타운에서 북쪽으로 70km 남짓 떨어져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퀸스타운에서 직행 버스를 타면 1시간 10여분 가량 걸린다. 이유는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길을 구불 구불 냈기 때문이다. 방목을 하는 낙농가가 많다 보니 그들의 사유지인 목초지를 보호하려는 또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곡즉전'처럼 생긴 그대로를 지키려는 자연의 미학을 길에서 느낄 수 있다. 와나카는 작은 퀸스타운 같은 마을이다. 퀸스타운이..

여행 201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