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12 12

에브리바디 원츠 썸(블루레이)

'에브리바디 원츠 썸'(Everybody Wants Some!!, 2016년)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등 비포 시리즈로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작품이다. 내용은 1980년대 야구 특기생으로 대학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개강 전 사나흘 동안 야구팀원들과 보내는 청춘송가다. 기숙사처럼 한 집에 모여사는 팀원과 주인공들은 여자와 술, 야구이야기 등으로 그 시대 또래들의 고민과 문화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양념처럼 깔리는 것이 바로 1980년대 음악들이다. 제목인 밴핼런의 노래부터 더 낵의 'My Sharona'를 비롯해 블론디, 팻 베네타, 칩트릭, 카스 등 1980년대 인기곡들이 줄줄이 흐른다.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시대 미국 젊은이들의 추억과 ..

제이슨 본 (블루레이)

작가 로버트 러들럼이 1980년에 창조한 스릴러 소설의 주인공 제이슨 본은 이전 시리즈와 다른 인물이다. 선악 구조가 확연한 이야기 속에서 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단선적인 첩보원 영웅들과 달리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며 정체모를 적과 싸우는 회색지대의 의 전사 같은 느낌이다. 2002년 등장한 영화 '본 아이덴티티'는 주인공을 더 한층 진일보 시켰다. 엉성한 액션만으로도 충분했던 007과 달리 투박하며 사실적인 액션을 앞세워 세계 최강 첩보기관이라는 CIA를 상대로 싸우는 내부의 적이라는 설정이다. 본 시리즈의 액션과 고민은 결국 007 시리즈를 비롯해 미션 임파서블 등 다양한 액션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2,3탄을 거듭하며 사람들의 기대치도 올라갔는데 3탄이 기대에 미치지 ..

새벽의 7인

체코의 프라하에 갈 때마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을 보고 싶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유명한 춤추는 건물에서 좌회전해서 100미터 가량 쭉 올라가면 된다고 하던데, 춤추는 건물까지 가보고도 그곳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지나치며 봤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은 이름처럼 성인의 반열에 든 키릴과 메소디우스 형제를 기리는 곳이다. 성 키릴 메소디우스 성당의 추억 이 두 사람은 동유럽 역사 뿐 아니라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다. 9세기 모라비아 등 동유럽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파견된 두 사람은 대부분 문맹인 현지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기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 그 문자가 바로 창시자 이름을 딴 키릴 문자다. 이들은 이를 이용해 슬라브 ..

스타트렉 더 비기닝(블루레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 주한미군방송(AFKN)이 있었을 때 가끔 '스타트렉' TV 시리즈를 틀어준 기억이 난다. 미국 NBC TV에서 1966년부터 1968년까지 방송된 오리지널 TV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흑백 TV 시절 '우주탐험대'라는 이름으로 방영했지만 미국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비슷한 우주 공상과학물(SF) 중 '스타워즈'는 상대적으로 인기였는데 스타트렉이 그렇지 못한 것은 작품의 특성 때문이다. 스타워즈는 제목 그대로 우주 세력 간의 치열한 전쟁을 다룬 액션물인 반면 스타트렉은 광대한 우주 탐험에 초점을 맞췄다. 스타트렉은 과학자 휴 에버레트가 제안한 평행 우주 이론을 작품 속에 도입했다. 다중우주론으로도 불리는 평행우주론은 평행선처럼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하며 각각의 우주가 서로 영향을 미치지..

후궁 제왕의 첩(블루레이)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2012년)은 내용보다 야한 장면으로 주목을 받았다. 조여정이 연기한 후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정사 장면이 제법 수위가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어떤 청년과 사랑에 빠진 여인이 후궁으로 들어가면서 생이별한 뒤 내시가 된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겪게되는 이야기다. 여기에 사랑과 질투에 눈이 먼 절대 권력자인 왕과 그 뒤에서 배후 실세로 권력을 휘두르려는 대비 등이 얽히면서 치정극과 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 함께 얽혀 돌아간다. 그런데 영화의 기본 맥락은 1968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내시'와 많이 비슷하다. 당시 최고의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윤정희, 남궁원, 박노식, 허장강 등이 출연했던 이 영화는 명종과 뒤에서 수렴청정한 대비를 둘러싼 음모를 다룬 사극이다. 내..